용인신문 | 작가에게 경험은 새로운 작품을 위한 하나의 모티브가 된다. 노벨상 수상자인 한강의 연극관람은 어른들을 위한 동화로 남았다. 작품이 발표되던 2008년으로부터 십여 년 전에 한강이 본 연극은 『눈물 상자』라는 어른을 위한 동화를 탄생시켰다.
눈물 많은 아이가 주인공인 『눈물 상자』. 눈물이 많은 아이 때문에 부모님은 걱정을 하지만 아이의 눈물은 조금 특별했다. “갓 돋아난 연두빛 잎사귀”, “거미줄에 날개가 감긴 잠자리”, “잠들 무렵 언덕 너머에서 흘러든 조용한 피리 소리”같은 것들 때문에 울었기 때문이다. 어느 날 아이는 자신을 찾아온 검은 옷의 사나이와 그의 새를 만나게 되고, 이들은 여행을 떠나게 된다.
여행 중 아저씨가 보여준 눈물은 빛깔이 다른 눈물이었다. 어떤 눈물은 너무 매워서, 후회해서, 그리워서, 기쁨에 겨워 등 20년 동안 모은 눈물은 영롱하게 빛난다. 아저씨는 이제 순수한 눈물을 찾아다니고 있다. “세상의 모든 눈물이 태어나기 전”, “세상의 모든 눈물이 죽은 뒤”, “세상의 모든 눈물들 사이에 고인” 눈물. 이들은 과연 순수한 눈물을 만나 노래하지 못하던 새의 노래를 들을 수 있을까?
굳이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는 표제를 붙인 이유를 생각해보길 권한다. 아름다움보다 실용적인 가치가 더 중요하게 된 지금에 물음표를 그려보길 권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순수한 것이 아니라 용기 있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단단함이 있을 때 비로소 진정한 눈물의 소유자가 될 수 있음을 사유해 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