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인신문 | 용인시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국가산단 유치를 통해 ‘반도체 메가시티’로의 도약을 선언한 지 오래다. 이 초대형 프로젝트는 용인의 미래를 보장하는 핵심 동력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화려한 청사진 뒤편에서는 정작 용인에 뿌리를 둔 토목, 건축, 감리, 설계 등 향토 기업들이 거대한 특수(特需)에서 소외되는 역설적인 상황이 감지된다. 인구 110만 특례시의 경제적 자생력 확보를 위한 행정의 적극적인 역할이 시급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현재 대규모 산단 조성 현장에서 지역 업체들의 참여는 단순 장비 임대업에 국한되는 실정이라고 한다. 대다수 지역 업체들의 지적처럼, 세금을 용인시에 납부하는 기업들이 핵심 용역 분야에서 배제되어 ‘경험치 제로’의 악순환에 갇히고 있다는 비판이다.
이는 지역 업체들의 인력 확충 기회는 물론 장기적인 경쟁력 상실로 직결될 수밖에 없다는 것. 궁극적으로는 ‘반도체 르네상스’의 수혜가 대기업과 외부 용역사들에게만 편중되는 결과를 낳고 있음을 의미한다. 타 지자체에서는 지역 기업에 대한 우대 정책을 펼쳐 동반 성장을 견인한 사례들이 있다하니 용인시 행정의 소극성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인허가 행정 시스템의 난맥상이다. 아파트 사업 승인의 법적 처리 기간인 60일이, 현실에서는 최소 6개월로 늘어나는 기형적인 상황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단 말인가. 이러한 ‘느림보 행정’은 과거 수지구를 중심으로 한 난개발 논란에 따른 공무원들의 ‘복지부동’과 맞물려 있다.
이 같은 현상은 불필요한 사업 지연을 초래하고, 고스란히 기업의 기회 비용 상실과 혈세 낭비로 이어지고 있다. 대규모 산단 사업에는 앞뒤 가리지 않고 ‘적극 행정’을 펼치면서, 정작 관내 민간 사업자들에게는 냉대와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차별적 인허가 태도 역시 고질적인 병폐가 아닐 수 없다.
도시계획위원회와 건축 심의위원회의 운영 방식 또한 개선이 필요하다. 위원회는 과거 비리 방지를 위해 도입되었으나, 현재는 일부 전문성이 떨어지거나 지역 정서를 잘 모르는 심의위원들이 불합리한 ‘심의 권력’을 행사하는 등 역기능이 두드러진다는 비판도 거세다. 또 현장 경험이 없는 위원들의 재검토 요청과 비현실적인 요구는 사업의 비효율을 가중시키는 주요 원인이란 지적이다.
용인시의 성장은 단순히 공장 유치 수나 인구 증가율만으로 측정될 수 없다. 지역 경제가 대기업과 동반 성장하는 자생적인 선순환 구조를 구축할 때 비로소 진정한 ‘메가시티’가 될 수 있다. 시는 이제 ‘특혜 시비’라는 방어적 논리 뒤에 숨을 것이 아니라, ‘성장 추진체’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이를 위한 첫걸음은 명확하다. 이상일 용인시장은 지체 없이 공무원, 시의원, 지역 경제인들을 한자리에 모아 허심탄회한 대화를 통해 △지역 업체에 대한 의무 참여 및 지분율 배분 정책 도입 △AI 기반의 신속 인허가 시스템 구축 △지역 전문가 중심의 심의위원회 개편 등 구체적인 혁신 대안을 마련하고 즉각 실행해야 한다. 행정의 ‘신속 처리’와 ‘공정한 기회 배분’이야말로 반도체 시대 용인 경제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지역 기업의 생존권을 지키는 최소한의 책무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