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인신문 | 겨울의 한복판, 메마른 도심 속에 따스한 꽃향기를 담은 연서(戀書)가 도착했다.
서양화가 김영란 화백이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위치한 ‘지미갤러리 강남’에서 36번째 초대 개인전 ‘꽃의 指紋-戀書’(꽃의 지문-연서)를 개최한다. '꽃의 지문' 연작인 이번 전시는 22일부터 2026년 1월 30일까지(오픈식 26일 오후2시, 매주 토·일요일 휴관) 약 한 달간 이어진다.
김 화백은 고대 이집트 파피루스부터 중세 유럽의 장식화에 이르기까지 깊은 역사를 지닌 수채화의 물성에 주목해 왔다. 서양화 장르이면서도 동양적인 흐름과 정서를 동시에 지닌 매력적인 수채화에 천착해 온 그녀는 이번 전시에서 마치 첫사랑에게 보내는 연애편지를 쓰듯 화폭 위에 꽃의 서사를 내려 앉혔다.
“수채화로 그려내는 꽃 그림은 창조적인 영혼에게 보내는 일종의 러브레터(연서)와도 같아요. 언제나 새롭고 설레며 가슴을 벅차게 합니다.” 그녀의 작품은 수채화의 깊은 역사 위에 쓴 ‘꽃의 연애편지’다.
그녀의 화면에는 동백꽃, 수국, 구절초, 맨드라미, 개미취 등 우리 곁의 친숙한 꽃들이 등장한다. 작가는 맑고 투명한 수채화 특유의 ‘겹침의 미학’과 가끔은 불투명 수채화인 과슈의 차분하고 묵직한 색감을 조화롭게 사용하여, 단순한 형상을 넘어 꽃잎 속에 응축된 내밀한 향기마저 시각적으로 구현하고 있다.

그녀의 작업은 심오하고 난해한 철학적 수사보다는 ‘보는 순간 함께 행복해지는 그림’을 지향하고 있다. 따라서 그녀의 그림은 팍팍한 삶을 위로하는 ‘조화로운 삶의 한 조각’이라고 할 수 있다.
햇살에 펄럭이는 이불보, 알록달록한 색동끈과 조각보, 그리고 꽃밭 위에 널어놓은 손녀의 원피스 같은 소박한 소재들은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잠시 쉬어가도 괜찮다”는 다정한 위로를 건넨다.

김 화백은 작가 노트를 통해 “꽃은 유리한 자리에 피었다 하여 교만하지 않고, 불리한 자리에 피어서도 비굴하지 않다. 팍팍한 현실 속에서도 부드럽고 향기로운 꽃을 기억하며 조화로운 삶의 한 조각을 완성하고 싶었다”며 “한겨울 서릿발 속에서도 피어나는 꽃의 향기를 기억하며 작업한 작품들이 관람객들에게 충만한 생명력과 정서적 안식을 선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