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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이야기/처인구만이라도 세계최고를 꿈꿔보자

몇 년 전 캐나다 토론토에서 아침 산책을 했던 기억이 아직도 인상적이다. 자동차가 다니는 도로는 마냥 깨끗하고 한가롭게 보였다. 도로 양쪽엔 녹지대가 조성된 널찍한 인도가 만들어져 있었다. 양쪽 모두 차도보다 훨씬 넓은 인도는 차라리 공원이라는 느낌을 받게 했다. 여기에 푸른 하늘과 맑은 공기가 맞닿으니 쾌적한 도시라는 인상을 받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날 아침 우연히 들렸던 공원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몇몇 노인들이 걷거나 뛰고 있던 그곳은 수십 수백 년씩 자란 나무들과 꽃, 새들의 지저귐으로 가득 찬 도심 속 별천지가 분명했다. 어찌 시내 한 복판에 그토록 아름다운 공원이 만들어져 있는지 기자의 상식으로는 납득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더욱 놀라웠던 것은 그 공원이 바로 우리나라로치면 ‘공원묘지’였던 것이다.

일본의 오까야마시를 방문했을 때는 자전거 때문에 놀랬던 기억이 생생하다. 사실 일본 전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전거 문화가 마냥 부럽기만 하던 차였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부 신도시에 형성된 자전거 문화를 제외하면 자전거는 찾아보기도 힘든 상황이다. 그런데 오까야마시에서 교토로 이동하기 위해 신간센 역을 도착했을 때, 기자는 자전거 문화에 대한 부러움이 급기야 경악으로 바뀌었다.

신간센 역 지상과 지하주차장에는 자동차 대신 자전거 수천대가 주차돼 있었기 때문이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고 다니니 당연한 현상이다 싶었다. 21세기에도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그들 문화의 생경함이 묘한 감동으로 다가왔다. 환경과 건강, 여기에 경제적 이익까지 동시에 가져다주고 있는 자전거 문화. 그런 광경을 목격한 후 용인에 와서 여기저기 자전거가 달리는 푸른 도시를 상상해 보았다.

우리나라도 불과 20~30년 전에는 자전거가 교통수단의 주류였다. 용인시 역시 시골에서 읍내 장을 보러 오갈 때나 아이들이 학교를 오 갈 때도 자전거가 유일한 교통수단이었다. 물론 지금은 자전거를 타기엔 도로여건이 엉망이다. 아예 없거나 생색내기 식으로 붙어있는 인도와 자전거 도로, 그나마 인도 가운데 심겨진 전봇대와 가로수….
이같이 엉망진창인 용인의 교통환경을 보면 세계최고를 꿈꾸기엔 사실상 요원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용인시에 희망이 있다면, 동부권의 처인구 때문이 아닐까 싶다. 아직 개발의 물결이 덜 밀려온 처인구는 선진국에서 자랑하는 친환경적인 경량전철을 건설 중에 있다. 그리고 프랑스의 세느강보다 훨씬 아름답게 가꿀 수 있는 경안천이 도심을 관통하고 있지 않는가.

물론 개발을 제한하는 각종 걸림돌이 남아있지만, 장기적인 플랜을 가지고 제대로 된 밑그림을 그린다면 선진국의 어느 곳보다 아름다운 도시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요즘 용인시와 처인구가 동부권 지역의 도시정비와 기반시설 유치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 중이라고 한다. 처인구는 낙후된 도시이기에 분명 환영할만한 일이다. 그러나 개발에 앞서 행정기관의 공무원들과 시의회 의원들에게 한 가지 당부를 하고 싶다. 다름이 아니라 도시환경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바라 건데 모현면~포곡읍~유림동~마평동~운학동~해곡동에 이르는 팔당 최상수원인 경안천을 개발의 걸림돌로만 생각하지 말고, 천혜의 자원이라는 인식을 갖기 바란다. 그래야 처인구만이라도 자연친화적인 도시환경으로 세계최고에 버금가는 선진용인의 기초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본지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