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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과 같은 진리의 수수께끼

글쟁이의 시사나들이 | 한태호

칸국이라는 어느 변방 국가에서 칸(汗, 恨)을 새로 뽑기로 하였다. 예전에는 족장들이 체육관에 모여서 거수 지명하던 때도 있었으나, 이제는 어느 정도 민주적으로 주민들이 참여하며 선거할 수 있다. 문제는 세월이 바뀌면서 제도가 바뀌고, 제도가 바뀌니까, 서로 파가 갈라지게 된 것이다. 크게 두 파로 나누면, 황모파(노랑모자) 적모파(붉은 모자) 우리 모두 모여 창문 열고 긴 글자의 깃발 내세우며 돈 벌기 위해 만든 11자 당이 있다. 그 반대편에는 과거 시약성분을 그대로 지니면서도 신약인 것처럼 포장만 달리 해서 팔아 제키는 4자 당이 있다.

이 두 당은 서로 앞서 가는 주자를 뽑기 위해서 속앓이가 많다. 노랑색 빨강색이 모여 만든 열한자 당은 이리 저리 헤쳐 모여 하면서 겨우 세 명 정도로 후보를 내세운다. 그런데 세 명이 모두 인기 면에서 한자리를 왔다 갔다 하니 어디 내세울게 있어야지. 손발이 닿도록 상대당에서 십수년 동안 봉직하며 밥벌이를 하다가 배반하고서 이리로 온 사람이나, 정 안되면 2인자래도 해야지 하며 일찌감치 자릴 포기했다가 주군도 배반하고 탈당 한 뒤에 다시 붙으려는 사람이나, 이 독사 같은 독설로 국민 기분 잡치게 하는 데에 익숙한 사람, 모두 지리멸렬한 상태이다. 이들은 서로 잘라내기 시합을 하면서 후보를 정하려고 한다.

이에 반해, 처음부터 두 사람으로 정해진 네자 당에서는 경쟁이 치열해진다. 이 박아지가 깨지지 않으려고 서로 조심하면서도 입으로 뱉어내는 속마음은 매우 거칠다. 마음으로 도둑질한 골짜기에서 돈벌이 한 땅 문제로 서로 설전이 심하다. 이쪽에서는 “추한 승리 탐하나” 라고 공격하고, 반박하는 쪽에서는 “이후보 사퇴하라고” 촉구한다. 서로 경선 결과에 책임지지 않으려는 양, 눈길도 마주치지 않는다. 그러니 그 밑에서 쫄랑쫄랑 따라다니는 똘마니들의 눈치작전은 가오리 눈망울보다 더 거칠게 소리가 난다.

이 때, 아무렇게 해도 챔피언 자리를 5년 동안 지켜온 칸이 나선다. 그는 사라지는 인기를 만회하려는 듯 가장 가까운 이웃부락 추장하고 회담이나 열려 한다. 왜 만나려는지 이유도 잘 모른 체, 일단 만나보면 모든 게 해결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웃나라가 화전통을 더 이상 쏘지 않겠다고 약속할 것도 아닌데, 만나면 된다고 고집을 피운다. 자기가 돈 낼 것도 아니면서, 먼저 한상 차려놓고 거나하게 생색을 내려는 듯이, 주연상부터 마련한다. 그는 남의 걱정을 인식한 듯, 신뢰가 중요하기에 무리한 욕심을 부리지 않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한다. 현행 칸이 이러하니, 칸 되려고 애쓰는 사람들은 더 신들린 듯 대결한다.

이런 상황을 지켜보던 힘께나 있다는 과거인물들이 훈수하기 시작한다. 대중을 호릴 줄 알던 사람은 옛날의 영화를 잊지 못해서 괜스레 엉덩이춤 추며 끼어든다. 그는 자기 아내를 먼저 이웃나라에 보내서 위무작전을 편다. 또 이런 혼란의 와중에서, 권력의 시녀라고 누차 욕먹어오던 사헌부에서도 작전을 펼친다. 그들은 진실한 업무수행이라고 주장하여도, 까마귀 날면서 배 떨어지는 현상을 많이 본 국민들은 잘 믿지를 않는다. 더욱이 반대당에서 아직 시합도 벌이기 전에 감 놔라 곳감 놔라 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중간발표를 한다. 경선 후에 판결 발표하면 더 혼란스러워질까봐 미리 봐주는 것이지만, 모두 불신한다.

이러니 누가 알리오!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신만이 알 것이다. 어느 나라든지 칸이 되자면 칸칸이 도둑 없게 마무리를 잘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밤말과 낮말을 다 들은 쥐새끼들이 언제든지 줏어들은 말로 국민을 호리는 경우가 많다. 진실은 어디에서든지 터진다. 이는 진리가 없기에 진실(사실과 같은 진리)이 만들어지는 이치와 같다. 칸 국민은 모두 수수께끼 같은 진실 속에서 속절없이 살아간다. 오늘은 어떤 진실이 만들어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