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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할미산성! 이제 동서화합의 장으로 조성되길….

홍순석(강남대 교수)

할미산성이 경기도문화재 기념물 제 215호로 지정됐다. 1998년도 광역지표조사와 2004년 시굴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그 보존가치가 공식적으로 인정된 것이다.

보고서에는 할미산성이 “유물과 유구 등을 볼 때 신라 진흥왕의 한강유역 진출과 관련이 있는 6세기 중후반에 쌓은 성이라고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한 언론보도 기사에는 “할미산성의 도 기념물 지정에 따라 이에 따른 개발·건축 행위 등 재산권 행사에 제한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문화재로 지정되었으니, 이젠 여러 행위가 법적으로 “제한된다.”는 것이다. 당연한 결과요, 의례적인 서술인데도 뭔가 석연치 않다. 나로선 이제 용인시의 새로운 장이 열린다는 기대감으로 자축이라도 하고 싶은데, 기사는 그런 뜻에서 좀 거리감이 있는 것 같다.

할미산성은 보존 상태가 지극히 양호하여 자료적 가치가 높은 산성임에도 불구하고 그 가치가 인정되지 못하였다. 이번 문화재 지정을 계기로 학계의 관심은 물론 지역 주민들에게도 자부심과 중요성을 일깨워 주는 계기가 되기에 충분하다. 할미산성의 보존가치를 증빙하기 위한 발굴조사와 공인과정으로 문화재 지정 작업이 마무리되었으니, 앞으로 이 자원을 어떻게 보존 활용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현재 할미산성은 개발로 인한 훼손보다 군시설에 의한 훼손이 두드러진다. 헬기장을 비롯해 삼림보호를 위한 산불감시탑이 세워져 있다. 성 내부에는 비록 등산로가 개설되어 있으나, 찾는 이가 적어 수목이 우거져 있다. 이러한 환경을 정비하고, 진입로를 확보하는 일이 시급할 것이다. 그런데, 그것도 쉽지 않을 것 같다. 조사보고서에 의하면, 할미산성은 국유지, 사유지, 법인소유의 토지로 분할되어 있다. 토지 매입이후에야 본격적인 발굴, 복원, 보존대책이 추진될 수 있는 만큼 할미산성 내외부의 토지 확보가 해결되어야 하는데, 관건이 아닐 수 없다.

이같은 우려는 일반론적이다. 이런 정도의 우려를 대비한 계획은 벌써 마련되었을 것이다. 일부러 이 글을 쓰는 뜻은 다른 데 있다.

할미산성은 용인지역민의 정신적인 고향이다. 먼 옛날 어떤 할미가 혼자서 앞치마에 돌을 싸서 날라다 성을 쌓았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산기슭 도처에 서낭당을 모셔 놓고 아이를 낳기 위해 백일정성을 올렸던 곳이다. 할미신의 영험이 뛰어나 무속인들이 터를 잡아 치성을 드리는 곳이다. 용인의 대표적 민속자료인 ‘할미성대동굿’도 여기서 기원한다.

이제 적지 않은 예산을 들여 할미산성의 본격적인 발굴과 복원 사업이 추진될 것이다. 단지, 할미산성의 복원으로 그칠 일이 아님을 강조하고 싶다. 인근지역의 산성을 관심 있게 되돌아보라. 수원 화성은 세계적인 문화유산이요, 이젠 관광자원의 보고이다. 이천시의 사례를 보라. 설봉산성이야말로 이천시민들의 화합의 장이 아닌가. 또한 남한산성은 어떠한가?

인근지역의 사례를 보면, 성산은 용인의 진산(鎭山)으로 거듭 중시될 것이며, 할미산성은 이제 용인의 상징이 될 것임이 자명하다. 따라서 할미산성의 문화재지정이 재산권을 제한하는 족쇄만으로 인식될 것이 아니다. 새로운 가능성의 시작임을 인식하자.

할미산성은 성산과 함께 용인시민의 정신적 육체적 안식처요, 용인시의 고질적인 병폐로 여겨온 동서지역의 갈등을 해소하는 화합의 장으로 조성되어야 한다. 이번 문화재지정을 계기로 할미산성과 성산이 모든 가능성이 열려진 공간으로 거듭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