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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

“화려한 문장과는 먼투박한 진정성”

제9회 용인문학 신인상 공모전, 김어영 ‘청설모’ 당선

용인최초 향토 문학단체인 용인문학회(회장 김종경)가 주최한 제9회 용인문학 신인상 공모전에서 김어영씨의 ‘청설모’ 외 2편이 신인상에 당선되는 기쁨을 안았다.

이번에 신인상에 당선된 김어영씨(65)는 “용인신문에 난 용인문학아카데미 시 창작교실을 개강한다는 광고에 연을 맺어 1기를 수료하고 현재 2기를 수강하며 이 나이에 아직도 희망을 말로 되 뇌이며 문학의 끈을 잡고 있다”며 “이왕에 덤을 주셨으니 잘 클 수 있도록 용인문학회 회장님과 회원님들이 이끌어주시길 부탁 드린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신인상공모전의 심사를 맡은 박해람 시인은 “심사 마지막까지 남은 작품들 중 김어영씨의 ‘청설모’와 안혜영씨의 ‘상고암 배롱나무’, 오영자씨의 ‘문어’를 두고 최후까지 고심 했다”며 “김어영씨의 시에는 그 흔한 수사도 기교도 없으나 시에 담겨져 있는 담담한 진정성이 화려한 문장과 수사들을 뛰어 넘는 이야기를 가지고 있어 투박한 진정성에 손을 들어주었다”고 심사평을 전했다.

이어 “앞서 언급한 안혜영 씨와 오영자 씨에겐 더 큰 무대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고 또 한 기대해도 좋을 듯 하여 제외의 수를 두었으니 실망이나 오해가 없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용인문학회는 지난 1996년 문학 동호인들이 용인의 대중문학을 선도하고 향토문학을 계승발전시키기 위해 창립한 순수문학단체로 해마다 용인시 ‘문학의 밤’을 비롯해 종합문예지 ‘용인문학’을 발간하고 있으며 ‘용인문학 신인상’을 공모, 해마다 지역 작가들을 발굴해 내면서 그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이번 신인상 수상 작품은 ‘용인문학 제 11호’에 실을 예정이다.

청설모
김어영

하루가 다르게 온 산이 갈래갈래 찢기는 등산길
두어 번을 쉬고서야 남한산성을 올랐다.
멀리 아파트와 다닥다닥한 슬래브집들이
산 아래에서 사이좋게 살고 있다

마침 옆 잣나무 숲에서 잣송이가 떨어진다.
물고 줄행랑을 치는 청설모를 쫓아 잣송이를 들고 보니
갈무리하게 좋은 것이 꼭 아파트 모형이다.
얼마 전 고향 성묘길이 떠오른다.
도청이 옮기기 전 한 자락 잡고만 있어봐
놀아도 억대 연봉 부럽지 않다고 으쓱대던 모습들
한 평 팔 만원이 두서너 번 돌팔이 만나 뜀뛰기하더니
이제는 금액 알 수 없는 다섯 장이란다.
다시 지어야하나, 리모델링할까 가늠 못하던 달포 전
집 주인의 말이 되 새김질하듯 머리를 스친다.

몇 백 개의 아파트를 먹어야 한 겨울을 날 청설모와
잣 두 개의 모형도 없는 상반된 내꼴
애써 한 점으로 모으고자 끙끙대는 내 자화상
그런데 저놈은 월세 살까 전세 살까
아니면 고액 분양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