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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면 적동마을 ‘사람이 살 만한 곳’으로 다시 바뀌어야

특별기고|김종성(소설가, 고려대 인문대학 교수)

   
도농복합도시 용인의 농촌은 자연환경의 아메니티(amenity) 상실이라는 커다란 문제에 봉착해 있다. 미야모도 켄이치(宮本憲一)는 『환경경제학』에서 “아메니티란 시장 가격으로 평가할 수 없는 것을 포함한 생활 환경으로 자연· 역사적인 문화재 · 거리 풍경 ·지역문화 ·공동체 연대 ·인정· 지역적 공공 서비스· 교통의 편리함 등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중환은『택리지』에서 사람이 살 만한 땅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그는 사람이 살 만한 곳을 ① 가거지류(可居地類) ② 피병지(避病地) ③ 복지(福地) ④ 은둔지(隱遁地) ⑤ 일시 유람지(一時遊覽地)의 다섯 가지로 나누어 설명했다. 이중환은 가거지류를 다시 ① 영원한 가거지류가 될 만한 곳. ② 가장 살 만한 곳③ 사람이 살 만한 곳으로 나누어 구체적인 지명을 들었다. 그 가운데 “사람이 살 만한 곳의 한 곳”으로 어비천을 꼽았는데 그곳이 바로 송전 저수지를 중심으로 한 용인시 처인구 이동면 일대를 가리킨다. 풍광이 좋고 살기가 좋아 일찍부터 이중환은 이동면 일대를 주목했던 것이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 이동면 일대에 은화삼골프장 등 골프장이 3곳이나 들어섰고, 동아아파트와 라이프 타워 아파트를 비롯한 여러 개의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다. 그리고 초고압 송전철탑이 이동면 일대의 공중을 관통하고, 수도권 석유비축기지 송유관로가 이동면의 땅 속에 매설되었다. 그런데 이것들만으로는 성이 안찬다는 듯이 용인시는 송전저수지 주변에 대규모 화장장을 건설하려 하고 있다. 이동면 일대의 무분별한 개발은 어메너티 상실이라는 문제를 불러왔다. 이동면 특히 천리의 적동마을을 가보면 생활환경이 얼마나 열악해졌는지 체감할 수 있다. 2차선 도로가로 승용차와 각종 차량들이 꼬리를 잇대어 주차되어 있어 걷기조차 불편하다. 용인시가 충분한 주차장 시설을 하지 않은 채 무분별하게 아파트와 빌라 등 집단주거 시설을 허가해주어 조용했던 농촌마을이 주차대란이라는 난리를 겪고 있는 것이다.

수지구와 기흥구 그리고 처인구 김량장동 같은 도시 지역에만 공용주차장 같은 지역공공서비스를 제공할 게 아니라, 적동마을 같은 농촌지역에도 공용주차장을 건설하여 지역공공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예산 등의 문제로 공용주차장 건설이 당장 어려우면 공한지 등을 이용하거나 사유지 등을 임차하여 임시공용주차장을 설치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인구가 5만 명이 겨우 넘는 강원도 태백시의 경우 열악한 시 재정에도 불구하고 시 외곽지역인 동점마을 같은 곳에도 공용주차장을 설치하여 시민들이 주차문제 때문에 고생을 하지 않는다.

용인시는 적동마을에도 공용주차장 건설 등 지역공공서비스를 충분히 제공하여 적동마을이 이중환이 말한 대로 “사람이 살 만한 곳으로” 다시 복귀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