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독일 베를린에 방문했을 때, 베를린에 거주하는 세대의 절반은 단독가구였다.
이혼, 이혼가족의 자녀문제, 사회적 불임으로 인한 인구감소, 저출산에 따른 고령화, 고령사회에 따른 노인부양의 문제, 맞벌이 부부의 일-가정의 양립문제 등 무수한 난제들이 산재해 있다. 이제 ‘가족’의 문제는 개인이나 개별가족의 힘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적인 영역이 아니라 미래 사회를 전망하면서 정책적인 접근을 해야 하는 중요한 쟁점이 된 것이다.
한국은 세계사에 보기 드문 압축적인 사회변화를 보여 준 것처럼 ‘가족’에 관해서도 급격한 사회변동을 경험하고 있다. 작금의 가족변동은 거시적인 사회변동과 맞물리면서 그 형태적·구성적 측면과 함께 가족가치와 관계의 변화라는 측면에서 복합적이고 중층적인 양상을 나타낸다.
이혼의 증가에서 기인한 다양한 형태의 가족의 출현을 들어 보겠다. 가족의 사전적 의미는 ‘부부를 중핵으로 그 근친인 혈연자가 주거를 같이하는 생활공동체’이므로 이혼으로 인한 모자 혹은 부자가족, 조손가족을 설명하려면 사전적 의미의 수정이 필요하다.
또한 재혼부부가 구성하는 다양한 조합의 혼합가족, 재구성된 가족, 이혼 후 확대가족 등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탄생하고 있다.
‘나홀로 가족’은 어떤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올해 독거노인이 100만 명을 훌쩍 넘었다. 1인가구의 경우 1985년 6,9%였던 것이 2005년 19.9%로 증가하였는데, 이는 1985-2005년 사이 전체 가구수 증가(631만 6천가구)의 39,7%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외에도 비혼동거, 동성애, 공동체가족 등도 있다.
그렇다면 사회변동에 따른 다양한 가족의 출현을 받아들이는 우리들의 자세는 어떠해야 할까? 필자의 견해로는 우선 가족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우리는 가족주의적 전통에서 강한 유교문화 때문인지 ‘부부와 그 자녀로 구성된 가족’만을 정상적으로 생각하고 다른 형태의 가족은 비정상적이라 여기는 이분법적 사고에 치우치는 경향이 있다.
재혼한 개그우먼 이경실씨는 ‘두 번 이혼할 수 없어서 노력하며 살고 있다’는 말로 이혼에 따른 사회적 시선에 대한 부담감을 표현했다.
세상에 비정상적인 가족은 없다. 가족의 변화는 변화하는 세상과 조응하면서 진행되어 온 결과일 뿐, 앞으로도 변할 것임으로 옳고 그름의 잣대를 들이댈 필요는 없다. 앞으로는 정상가족, 비정상가족이라는 편견에 찬 이분법적 틀 속에 갇혀 있을 것이 아니라 실존하는 다양한 가족을 인정하는 사회문화를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이미 가족문제는 개개인의 노력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 청년세대의 결혼을 늦추려는 경향은 가족에 대한 가치관의 변화와 취업에 대한 중압감이 동시에 작동한다. 여성들은 출산에 대한 부담이 너무 크다.
이렇게 청년세대에서 일어나는 가족구성 지체와 회피, 저출산문제 등은 복잡다단한 현실을 그대로 투영한다. 중년세대의 이혼과 재혼에서 파생된 가족의 재구성에 따른 문제, 노년세대의 부양문제 등 시대변화를 통찰하는 정책적 토대가 시급하다.‘체납보험료 일소기간’ 운영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