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림을 주는 시 한 편-63
납골당 신축 감리일지
천서봉
흉흉히 날 저문다. 魂의 입주일이 가까워오면서 이마에 손수건 붙인 사람들 출입 잦다. 언덕배기로부터 내닫는 바람은 당신의 할머니, 나의 삼촌이 통성명하는 것이므로, 풍하중에 대한 보강을 요구하다.
한바[飯場], 아주머니의 고단한 손금이 허기를 불러 모으고, 작업 중 음주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다. 보아라, 베어진 둔덕을 쥐고 휘청거리는 억새의 관절을, 관절을 꺾으며 죽은 자의 아파트가 자라고. 골골골 흘러내리는 위태로운 저녁의 벼랑들.
인부들이 모두 돌아간 뒤 드럼통에 남겨진 잔불을 끄다. 시공의 이음새가 매끄럽지 못하다. 비를 가진 구름이 북촌에서 몰려오는데 거친 내 영혼은 재설계가 가능할까. 흉측하게 드러난 계단탑 단부가 산자의 오만처럼 단단하다고 공문 띄우다.
어둠이 시끄럽다. 나무들이 자주 공사장까지 내려온다. 미리 집을 보러 오는 혼의 처연함. 입주를 위해 꼬박꼬박 부어온 햇살의 계좌는 숲처럼 두텁게라는 시방을 지우고 내 귀가 종이짝처럼 얇아졌다고 쓰다. 계통수를 묻어둔 자리에 말뚝을 박다.
지하 깊숙이 흐르는 물길에 대하여, 별들과 협의하다.
천서봉, 그는 건축가다. 납골당 신축현장 감리 갔다가 집 대신 시 한 편 지었나보다. 무덤은 아마도 가장 오래 살 집일 터, 기초가 든든해야 할 것이다. 죽음의 기초를 다지는 일은 살아 있을 때 다질 일이다. 서두르지 말자. 입주를 서두르지 않아도 언젠가는 모두 빈 들판에서 만나게 될 것을. 시인이 되고 싶다면, 시인으로 남고 싶다면 적어도 생활 미학에 대한 천착이 천서봉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박후기 시인 hoogiwoog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