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이 폭염으로 들끓던 지난 6일 정부가 전기요금을 평균 4.9%인상했다. 생산원가보다 싼 전기가격 때문에 한국전력이 만성적자에 허덕이고 있다는 한전 측 요구를 들어준 것이다.
한전은 전기요금 인상 직전인 지난달 27일 이례적으로 상반기 실적공시를 냈다. 상반기 당기 순손실만 2조 8960억 원으로, 지난해와 비교해도 적자가 1조 원 가까이나 늘어났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한전은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업무보고를 앞두고 있었다. 즉, 전기요금 인상을 위한 일종의 배수진이었던 셈이다.
당초 한전은 만성적자 해소를 위해 전기요금 두 자릿수 인상을 정부에 요구한 상태였다. 그러나 정부는 서민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4~5% 이상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결국 한전은 그나마 산하기관 사정을 알고 있는 국회 지경위를 통해 유리한 여론을 조성한 뒤 높은 수준의 요금인상을 염두에 두었던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부가 확정한 전기요금 인상내용을 살펴보면 산업용 6.0%, 일반용 4.4%, 주택용 2.7% 수준이다.
국내 전기요금은 지난해 8월 4.5%, 12월 4.9% 인상된 바 있다. 이번 인상까지 계산하면 1년 새 무려 15%나 상승한 셈이다. 특히 한전 측은 올 연말 한 차례 더 전기요금 인상을 정부에 건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턱없이 싼 전기값 때문에 적자가 쌓이니 전기료를 현실화해야 한다는 한전의 요구는 충분히 이해할만하다. 뿐만 아니라 한전 누적 적자는 결국 국민의 부담으로 되돌아올 수밖에 없기도 하다.
그렇지만 전기요금은 국민 생활이나 산업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대외적 경제성장 지표와 달리 서민경제가 사상 최악의 불황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공공요금 인상은 소비자 물가에 그대로 반영될 수 밖에 없다.
특히 올해의 경우 사상 최악의 가뭄과 폭염 등 이상기후로 하반기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공공기관인 한전은 전기료를 올리기에 앞서 충분한 노력을 하고 있는 지 스스로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요금을 대폭 올리기 전에 대대적인 경영혁신 방안을 내놓겠다는 말도 없다.
한전은 지경부 산하 공공기관 60곳 중 1억 원 이상의 연봉자가 가장 많은 곳이기도 하다. 적자를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게 뭔지 먼저 살피고 움직이는 게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