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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규 시인의 시로 쓰는 편지 22 | 시소의 고도(高度) | 최서진

이은규시인의 시로 쓰는 편지 22

시소의 고도(高度)

최서진

한 쪽이 높아지고 한 쪽이 기울어지는 놀이
소화되지 않은 높이가 허공에 걸렸다
결의하듯이

우리가 올라 갈 수 있는 빨간 지붕은
몽상이라는 말
슬픔의 나라로 신발을 벗고 떠나는 유령들처럼

인간은 높이를 갖게 되기까지
두발이 바닥을 모를 때까지
다리를 길게 뻗으며 환상이 깊어진다

종일 걸어도 제자리로 돌아오는 아름다운 놀이터
우리는 자주 어지럽다
오늘 밤 기다림에 목매다는 당신들을 초대 할래요
죽도록 나를 회복하기
아무것에도 그리고 누구에게도 노예 되지 않기

하염없이
스프링처럼 높이를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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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소, 높낮이에 대한 감각을 익히는 놀이. 우리는 도처에서 “한 쪽이 높아지고 한 쪽이 기울어지는 놀이”를 하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A에게는 흥미롭고, B에게는 슬픈 놀이가 되겠지요. 국가와 국민, 그들과 이들, 너와 나, 나와 나라는 관계. 문제는 모두 다 “결의하듯이” 임하는 이상한 놀이라는 사실이지요. 시인이 짐작하고 있는 것처럼 “우리가 올라 갈 수 있는 빨간 지붕”이, “몽상이라는 말”로 이뤄진 “슬픔의 나라”일 때 최선은 무엇일까요. “신발을 벗고 떠나는 유령들처럼” 살아야 할까요. 아무래도 “높이를 갖게 되기까지/두발이 바닥을 모를 때까지” 환상은 깊어지고 깊어질 것 같습니다. 문득 이 세계가 “종일 걸어도 제자리로 돌아오는 아름다운 놀이터”로 보이는 건 왜 일까요. 그래서 “우리는 자주 어지럽다”는 혼잣말을 하는 걸까요. 시인은 “오늘 밤 기다림에 목매다는 당신들을 초대”하려고 합니다. 이어지는 “죽도록 나를 회복하기”라는 구절은 강령에 가깝네요. 그보다 먼저는 “아무것에도 그리고 누구에게도 노예 되지 않기”이겠지요. 끝내 닿아야할 그 곳을 바라보며, “하염없이/스프링처럼 높이를 좋아해” 읊조리는 인간이라는 종(種).
이은규 시인 yudite23@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