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내지 말고 성실히 내 것을 먹고 기꺼이 양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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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광탁 (사주문화심리연구가) |
을미년과 갑오년은 세트가 된다. 갑오년에 세웠던 개혁의 뜻이 을미년에도 이어지기 때문이다. 갑오년엔 많은 것들이 엎어지고 뒤집어지며 새롭게 바뀌어가는 해여서 다들 정신없이 살았던 한해였다고 생각한다.
어쨌거나 그렇게 우연찮게 발견한 새롭게 세운 뜻을 을미년엔 확실하게 다지고 구축해가야 한다. 갑오의 말이 새로운 시작과 터를 발견한 것이라면, 을미의 양은 그 터전에서 살을 찌워 가는 것이니까 그저 성실하고 꾸준하게 먹고 자고 하면서 반복적으로 행하기만 하면 된다.
별 생각 없이 익혀가는 반복된 훈련은 새롭게 뭔가를 하는 것보다 최고의 성과와 힘을 갖추게 해준다. 익히고 또 익힐 것. 지겹지만 참고 견딜 것. 그렇게 을미년을 보내다 보면, 내년 병신년엔 열매가 열린다. 그러니 올해는 과정의 해이다.
확장과 성장이 이루어지지만, 결과에 대한 기대는 조금 더 늦추는 것이 좋을 것이다. 키운 만큼 더 좋은 열매가 생긴다는 것은 불 보듯 환하니까 잔머리 굴릴 생각 따윈 안하는 게 좋다. 괜히 뭔가를 또 새롭게 발견해서 샛길로 간다면, 양털이 깎이는 게 아니라 잡혀 먹힐지도 모르니깐 조금은 몸 사리는 게 좋은 한해가 된다. 그저 성실하고 꾸준하게 아무 생각 없이 갑오년에 정했던 뜻을 이어 계속 다지면 을미년의 기운이 제대로 쓰이게 됨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을목은 관계 맺음이고 미토는 잠시 휴식을 취한 후 결과와 마무리를 짓기 위해 몸을 추스르는 시간이다. 과거에 만났던 많은 사람들과 관계 맺음이 이루어지고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끼리 뭉치게 되는 해가 된다. 각자의 재능과 각자의 힘을 가늠해보고, 앞으로 나아갈 새로운 세상을 위해 연합을 하고자 하는 관계맺음이 시작된다.
분업에 대한 책임을 부여받고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의 역할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준비하는 시간이 된다. 양은 떼가 된다. 뭉쳐야 산다. 그리고 그들을 지키는 충성스런 개도 필요하다. 물론 목자의 필요성도 절실하다. 조직 안으로 들어가야 힘이 길러지는 시기가 을미의 시간이 된다. 혼자 따로 노는 양은 늑대의 먹이가 되며 희생양의 신세로 전락한다. 개인의 의지로 버티기에는 억울해지는 일이 많을 것이다.
결코 튀면 안 된다. 혼자만의 생각과 뜻이 있더라도 함께 하며, 숨죽이고 꾸준히 자기만의 힘을 길러야만 한다. 을미는 백호살이기도 하다. 호랑이에게 잡혀 먹힌다는 뜻이 있는데, 따로 놀 때 그런 일이 발생한다. 어쨌거나 을미년은 아무 생각 없이 순한 양처럼 사람들과 어울리며 열심히 풀 뜯어 먹으면 별일 없을 것이다.
괜히 혼자 나 돌아다닐 생각 따윈 말자. 뭐 힘이 있는 사람들이야. 사냥하며 돌아다니면 좋겠지만, 세상엔 나보다 더 힘 있는 짐승들은 많으니깐 너무 나대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체인사업을 하는 것도 좋고, 새로운 조직을 만드는 것도 좋으며, 함께 프로젝트를 해 나아가는 것도 좋을 것이다.
■편한 마음으로 묵묵히 한발한발 전진하자
을미년은 힘을 기르는 시간이고, 튀지 말아야 할 시간이며, 조직을 형성해서 예전에 만났던 도움 되는 사람들과 연합하는 것이며, 갑오년의 뜻을 이어 함께 마음을 맺어가는 때이다. 좋은 목자가 되는 개념이나 사상을 찾고, 나를 지켜줄 힘 있는 자에게 아부를 떨며, 나와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과 사이좋게 지내면 좋을 것이다.
들판의 풀은 많다. 욕심내지 말고 그냥 성실히 내 먹을 것을 먹고, 기꺼이 양보해주는 미덕도 을미년엔 필요할 것이다. 힘을 기른다는 것은 다툼을 피하고, 욕심내지 않으며 순리에 의존해서 사는 것이다. 한발 한발 아무 생각 없이 걸어가다 보면 분명히 내가 가고자 하는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을 믿자. 편한 마음으로 생각 없는 양이 되어 목자가 이끄는 대로 가보자. 그러니 뭐든 좋다. 올해 까짓것 나를 좀 죽이고 그냥 착하게 지내보도록 하자. 그럼 푸른 양처럼 구름이 되어 세상이 이끄는 대로 맘껏 날아가는 행운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