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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

갈때까지 간 시의회… ‘민의의 전당’ 은 죽었다

도시계획 조례 개정안 통과 과정 의원들 ‘고성’ 방청석 시민은 ‘욕설’ … 시민의식·의회민주주의 ‘실종’

   

용인시 처인구와 기흥구 지역 개발행위 경사도 기준을 비롯한 각종 규제 완화를 골자로 한 도시계획 조례 개정안 통과과정에서 용인시의 민낯이 여과없이 드러났다.
본회의가 열린 지난달 29일 시의회 내에서는 욕설과 고성이 끊이지 않았다. 민의의 전당인 시의회에서 대화와 소통은 찾아볼 수 없었고, 다수결 원칙을 기본으로 하는 의회민주주의도 없었다.

방청석을 메운 시민들은 자신들의 손으로 선출한 시의원들을 존중하지 않았고, 본회의 진행과정에서 고성과 욕설을 내뱉었다. 신현수 의장을 비롯한 의장단의 정치력도 찾아볼 수 없었다.

밀어붙이기식 안건 상정한 시 집행부와 대화와 타협, 민주주의가 사라진 시의회, 본회의 의사결정과정에서 고성과 욕설을 하는 시민의식 등 100만 대도시 입성을 눈앞에 둔 용인시의 현실이 그대로 나타났다.
시의장 선출을 두고 지난해 개원 초반부터 내홍을 거듭해 온 제7대 시의회에는 ‘역대 최악’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본지 홈페이지 동영상참조>

※예견된 본회의 파행 … 실종된 의회민주주의

지난달 29일 시의회 본회의장. 이날 시의회 본회의장에는 평소와 달리 유독 많은 주민들이 방청석에 자리했다.

지난 197회 당시 상정됐다가 도시건설위원회에서 의결 보류된 ‘용인시도시계획 조례 개정안’이 상임위를 통과해 본회의에 상정되자, 이를 찬성하는 처인구 주민들과 반대하는 기흥구 주민들이 참석한 것.
이날 본회의 파행은 회의시작 전부터 예견됐다. 새정치 민주연합 박남숙 의원이 상임위를 통과한 조례안 상정에 반대하는 5분 자유발언을 신청하면서다.

박 의원은 연못의 물을 모두 퍼내 고기를 잡는다는 뜻의 ‘갈택이어(竭澤而漁)’를 빗대 “눈 앞의 이익만 추구해 먼 장래를 보지 못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집행부의 회유로, 조례 보류 한 달 만에 토씨하나 안 바뀐 조례를 심의해 상정했다”며 “시의회는 집행부의 시녀가 아니다. 의원들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권한이 시민이 줬다는 걸 기억하길 바란다”며 동료 의원들을 질책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홍종락 도시건설위원장이 10분 정회를 요청한 뒤 박 의원을 향해 “우리(도시건설위원회)가 시장의 시녀고 꼭두각시란 말이냐”며 고함을 질렀고, 다른 시의원들 사이에서도 고성이 오갔다. 결국 신현수의장은 2시간 정회를 선언했다. 시의회는 수차례 정회를 거듭하다 기흥구의 경사도 기준 완화를 제외한 수정안이 제출됐다.

시의원들은 정회시간을 통해 지역개발이 필요한 처인구 지역의 경사도는 집행부에서 제출한 25도로 완화하되, 기흥구 지역은 현 17.5도를 유지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하지만 유진선 시의원이 수정안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결정은 번복됐다. 유 의원은 수정안에서 처인구 지역 경사도에 대해 25도로 하되, 17.5도 이상일 경우 도시계획심의를 받도록 규정했다. 사실상 처인구지역 개발행위 허용 경사도를 17.5도로 강화한 셈이다.

당초 협의안과 다른 수정안이 발의되자 시의원들은 또다시 반목을 거듭했고, 표결 끝에 부결(정원 27명 중 26명 참석·반대 14표, 찬성 11표, 기권 1표)됐다.


   
※ 정당 기싸움으로 전락한 본회의

수정안이 부결되자 신현수 의장은 조례 원안을 재상정했다. 그러자 조례개정에 반대하는 일부 시의원들이 표결방식을 두고 이의를 제기하며 파행을 이어갔다.

시의원들은 수정안 부결 후 이어진 정회 시간을 통해 전체 회의를 열고 투표방식으로 ‘무기명 투표’를 결정했다. 하지만 회의에 의도적으로 불참한 유진선, 소치영 시의원이 이를 거부하고 나서며 방청객을 비롯한 본회의장 소란은 더욱 거세졌다.

회의를 속개한 신 의장은 방청객들의 고성이 이어지자 정회를 선언하고 “의사 진행에 방해가 된다”며 방청객 퇴장 명령을 내렸다.

새정치연합 시의원들은 또 다시 자체 회의를 열고 ‘도시계획 조례안 반대입장’을 당론으로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다선 시의원들이 유진선, 소치영 의원의 입장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지만, 김대정 당대표 시의원이 지역 국회의원들과 협의한 뒤 당론을 결정하자 따르기로 했다.

새정치 소속 시의원들에 따르면 일부 다선 시의원들이 당론결정에 대해 “도시계획 조례의 경우 각 지역별 입장차가 있으니 당론결정은 옳지 않다”며 조례개정 반대를 주도하는 시의원들을 설득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새정치연합 측은 본회의 속개 후 무기명투표 방식이 진행될 경우 표결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고, 새누리당 측은 본회의 속개를 미뤘다. 새정치연합 시의원들이 불참할 경우 본회의 의결 정족수를 맞출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은 새정치연합 소속 처인구 지역 시의원들이 ‘정치적 해당행위’을 결심하며 종결됐다. 도시개발민원이 많은 처인구 지역의 경우 해당 조례가 부결되면 1년 앞으로 다가온 총선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처인구 지역 최원식, 이제남, 남홍숙 시의원은 시의회 새정치 측의 당론결정에도 불구, 백군기 국회의원(처인구지역위원장·비례)과 협의 후 본회의 표결에 참여했다.

투표결과 찬성 15표, 반대 1표로 조례안이 원안 가결되자 방청객과 조례안에 대한 반대의사를 밝힌 의원들의 감정이 폭발하며 고성이 오갔다.

일부 시의원들은 서로에게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을 내뱉었고, 이를 지켜본 시민들 역시 표결에 참여한 시의원들에게 원색적인 비난과 고성을 이어갔다.
결국 이날 본회의 사태는 밤 9경까지 이어지다가 시의회 측 요청으로 공권력이 투입 된 뒤 마무리됐다.

   
※ 7대 시의회, 끝없는 구설

시 공직사회와 지역정가는 이번 시의회 사태에 대해 ‘심각한 의회 민주주의 파괴’라는 우려를 보이고 있다. 시의원들 역시 이 같은 우려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시의회 무용론까지 나오는 모습이다. 대화와 타협, 민주주의가 실종된 시의회는 더 이상 필요없다는 여론이다.

새정치 소속 다선의원 A씨는 “자신이 생각하는 방향과 다르더라도 다수결원칙에 따라 의사결정이 이뤄져야하는 곳이 의회”라며 “시의원 개인들의 생각과 맞지 않다고 ‘몽니’를 부린것으로 밖에 볼 수 없던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소속 B시의원은 “방청석을 메운 시민들 앞에서 인기에 영합한 발언과 행동으로 사실상 시민들은 선동한 것으로 보여졌다”며 “특정사안에 대한 반대 측과 찬성 측 입장이 공존한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듯한 모습이 매우 실망스러웠다”고 말했다.

시의회 내부에서는 동료의원에게 막말과 욕설을 한 시의원들에 대한 윤리위원회 회부 논의가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그러나 7대 시의회 초반부터 불거져 온 각종 논란 등으로 인해 ‘제 얼굴에 침 뱉기’격인 윤리위 소집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시의회 의정회 관계자는 “7대 시의회는 역대 시의회 중 가장 심각한 수준”이라며 “시민들에게 실망을 준 행태에 대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