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 히스토리 100년- 화보집을 보고
역사는 기록으로 말한다. 중국의 어떤 석학이 말했듯이 현대 사회에는 IT, BT 못지않게 DT역시 매우 중요한 시대라고 하였다. DT는 데이터 테크놀로지의 약자다. 이 말은 옛것을 익혀서 새것을 알면 가히 남의 스승이 될 만하다(溫故而知新 可以爲師矣)는 말과 통한다. 이미 지나 갔더라도 유익한 데이터는 미래 자산이자 새로운 지식을 창출할 수 있는 원천이 되기 때문이다.
용인신문사에서 ‘용인, 그 위대한 여정 -포토 & 히스토리 100년’이란 기록(화보)집을 간행하고, 이것을 ‘위대한 여정’이라고 정의한 이유는 무엇인가?
문화와 지식과 정보 자산이 집적되어 있는 사회는 시민의 삶을 풍요롭고 윤택하게 이끈다. 그리고 우리에게 뒤 돌아볼 과거가 있다는 것은 전통의 맥이 있다는 것이고 이것을 이어 받은 후손에게 있어서는 명예와 자부심의 원천이 된다. 그래서 역사는 위대하다고 말한다.
이 책은 ‘용인 100년’의 지나간 시간을 되돌리고, 멈춘 시간과 공간을 축소하고 한 세기의 과거를 붙잡아 한 권의 책으로 묶어 냄으로써 우리는 가만히 앉아서 지나간 용인의 역사를 시각을 통해서 새롭게 관조할 수 있도록 하였다.
다시 말하면 이 책은 과거 속에 묻혀버린 100년의 용인역사를 증명하고 고증하기에 충분하며, 오랜 준비와 고된 작업 끝에 이루어 낸 엄청난 성과물이기에 이 또한 하나의 ‘위대한 여정’이었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이 책을 넘기면서 잊었거나 몰랐거나 인식하지 못했던 시간, 경험해보지 못했던 사건, 유서 깊은 풍물, 격정의 한 시대와 만날 수 있었고, 응용에 필요한 자료들을 과거의 시간 속에서 꺼내 볼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감명을 받기도하고, 또 신비감을 느끼면서 지역 사회의 변천과 100여 년간 흘러가버린 시간들의 궤적을 더듬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책은 하나의 기록물로서의 사명을 담고 있음을 느낀다. 그래서 이 책은 눈으로 보는 향토사 자료의 보고(寶庫)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기록이란 물론 글로 남겨 놓은 것을 말하기도 하겠지만 특정한 사건을 사실적으로 묘사하여 그 내용을 시각적으로 전달한 그림도 포함된다. 문자 이외에 특별한 기록 수단이 없던 시대에 살던 사람들은 그림이 지닌 시각매체로서의 기능에 치중해 왔다.
가령 정조대왕의 능행도와 같이 실제로 일어난 행사 내용의 기록화는 전적으로 작가의 재량이 허용되지 않아 있는 사실만을 묘사하였지만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와 같은 실경은 작가의 분방한 작품성이 가미되어 있는 ‘진경산수’라는 현상을 소재로 한 점에서 기록이라는 성격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사진은 예외 없이 정확한 팩트를 담고 있기에 백 마디의 말보다도 상황파악이 명확하다는 점이 생명이 된다.
물론 현대에 이르러서는 사진을 합성한다거나 포토샵의 기술이 발달하여 조작도 가능하겠지만 이 책에 실린 사진들은 아날로그시대의 가감 없는 흑백과 원색으로 수집된 자료들로서 보는 이들을 위해 용인의 과거 시간과 만날 수 있도록 하기까지 참으로 적지 않은 정성을 기울여 놓은 책이다.
단시간에 필요한 사진을 몇 컷 찍어서 편집한 사진첩이라면 대단할 것도 없겠지만 이 책은 각기 다른 시간과 장소에서 백 년의 시차를 두고 최 근대의 자료까지 무려 240여 컷에 이르는 희귀한 자료를 수록해 놓았다. 이와 같은 작업은 누군가가 꼭 했어야 할 시대적 사명이었으며 이제 그 결실을 보게 된 것이다. 유홍준 교수의 말처럼 문화는 유물을 남기고 유물은 역사를 고증한다. 바로 이 한권의 책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이인영 전 용인문화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