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용인 시장님이 너한테 축하 카드를 보냈네” 카드를 건네자 딸은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며 나를 쳐다봤다. 발신인은 용인 시장이었고 올 해 성년이 된 딸을 축하한다는 내용이었다.
어떻게 보면 형식적인 축하 카드일 수도 있지만 그 카드를 읽은 딸의 표정은 밝아졌다. 공식적으로 성년이 되었음을 인정받는 느낌이 들었던 것 같다.
치열한 입시를 치르고 대학생이 된 딸은 미성년이던 시절 누리지 못했던 자유(?)를 급하게 누리기 시작했다. 친구들을 만나는 횟수가 잦아졌고, 귀가 시간은 자꾸 늦어졌다. 미성년으로서 금지되었던 많은 것들이 해제되면서 성인이 된 의무보다는 권리만 남아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딸에게 자유와 방종을 운운하며 잔소리를 해대곤 했다.
그런데 시장이 보낸 축하 카드를 보며 정작 엄마인 나는 딸이 성년이 되었음을 잊고 있었던 것 같다. 여전히 딸을 고등학생 취급하며 구속하고 있었다. 딸은 이제 시장으로부터 성년 축하 카드를 받을 만큼 커버렸는데 엄마의 생각은 딸을 성년으로 생각할 마음도 성년이 되었음을 축하할 마음도 없었던 것이다.
자녀가 처음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면 부모들은 감격하며 입학식에 참여한다. 그런데 학년이 올라갈수록 부모의 관심은 아이의 행동보다는 성적에 집중하게 된다.
그렇게 성적은 부모와 자녀 사이의 벽을 조금씩 두텁게 만들어간다. 자녀의 성적은 부모의 자존심이 되어 아이의 자존감을 떨어뜨리기도 한다. 자녀가 한 단계 한 단계 올라갈 때마다 얼마나 치열한 경쟁 속에 버텨야 하는지 보다는 결과에만 치중한다. 그 결과가 성장의 결과보다는 성적의 결과가 되어버리고 그렇게 자녀와 부모의 보이지 않는 벽은 만들어진다. 칭찬과 지지는 책에서 나오는 뻔한 이야기가 되어버리고 아이들은 자신들을 인정해주는 누군가를 찾아다닌다. 그래서 친구를 좋아하고 비밀과 고민은 친구들하고만 공유해버린다. 그제서야 부모가 대화라는 도구를 사용하려고 하지만 그 도구는 쓸모없어진 지 오래다.
매년 다가오는 생일을 형식적으로 챙기기 보다 한 단계 한 단계를 잘 올라가고 있는 자녀를 위해 축하와 지지의 카드를 보내는 것은 어떨까?
시장의 세심한 축하 카드는 자녀의 성장을 대해서 한번도 축하한 적이 없는 엄마의 마음에 작은 나비 효과를 가져다 주었다. 그래서 성년의 날이었던 5월 20일에 스무 살까지 크느라 수고했다는 말과 함께 체크 카드 한 장을 내밀었다. 딸은 시장님의 축하카드가 엄마의 체크 카드로 이어진 나비 효과 때문에 엄청 행복해했다.
약력
프리랜서 방송작가로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상담학을 공부하고 있다. 대표작으로는 EBS 딩동댕 유치원, 다큐 프라임, 자연과 과학, MTN 머니투데이 기획 특집 ‘오아시스’ 1,2편 등 주로 교양 프로를 집필했다. 청소년 드라마와 소설을 쓰고 싶은 꿈을 가지고 있고 청소년 관련 분야의 작품을 집필 중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