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4 (수)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용인사람 용인愛

상추와 프렉털 지수와 포스트 코로나

백현주(평론가)

 

[용인신문] 변화가 필요한 시기이다. 코로나19의 확장세가 걱정이 되긴 하지만 예방접종을 받은 인구가 1400만명을 넘었고, 확진자도 줄어들고 있어서 일 년 넘게 집안에 숨어지내던 삶을 청산할 때가 가까워 오고 있다. 온라인 수업으로 허리가 자신의 나이를 자랑하고, 소화능력도 많이 떨어져 뭘 조금만 많이 먹으면 숨이 찰 지경이다. 계절은 이미 여름을 향해 열심히 달리고 있으니 장마가 오기 전에 딱 바깥으로 나가기 좋은 날, 하지만 아직 사람들이 많은 곳을 택하기보다 한적한 텃밭을 가꾸는 편을 더 권한다.

 

얼마 전 지인의 초대로 그의 텃밭을 방문했다. 초록을 자랑하는 채소들이 저마다 개성을 뽐내며 자라고 있었을 뿐 아니라 그걸 샘내는 각종 벌레들 역시 벌써 자리를 차지하고 종족을 늘려가고 있었다. 하지만 화학비료나 농약 없이 오로지 농부의 부지런함과 정성만으로 가꾼 채소들은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는 향과 맛을 품고 있었다. 채소밭에 방문하며 준비해 간 고기는 그저 거들 뿐이고, 그날의 주인공은 바구니 가득 물기를 품은 상추며, 겨자, 청경채, 케일, 쑥갓, 치커리 등이었다. 요즘 책상에서 내내 지내다 보니 소화가 엉망인데, 밭에서 이리저리 구경하며 땀도 흘리고 채소 가득한 밥상을 마주하니 다음날 까지도 뱃속의 안녕함에 감사했다.

 

유현준의 『공간의 미래』라는 책을 보면 맨하탄 스카이라인이 예쁜 이유는 높이와 모양이 다양한 건물들이 늘어서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며 프렉털 이론을 소개한다. 유현준의 설명에 의하면 프렉털 지수가 1이면 하얀 종이처럼 완전한 규칙의 상태, 낙서를 하면 수치가 점점 올라가다가 완전히 검정으로 가득하면 2가 되는데, 이중 인간이 아름다움을 느끼는 수치가 1.4 정도라고 한다. 나는 포스트 코로나 시기를 위해 삶의 배열 역시 프렉털 지수 1.4가 될 수 있게 재정비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고기지수가 높은 식단에서 채소와 고기가 적정 비율이 되어야 건강한 것처럼 일과 휴식, 배움과 실천, 관계 맺기와 고독 안에 머물기 같은 것들이 적정 비율이 될 때 건강한 생애를 살 수 있을 것이다.

 

용인은 도시와 시골이 인접한 교과서에서 말하는 상호보완이 잘 되는 도시이다. 정비된 하천엔 눈을 즐겁게 하는 식물들과 시설물이 어우러져 근사하다. 거리에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과거 페스트가 유럽의 패러다임을 바꾼 것처럼 코로나19는 지구 전체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삶의 양적인 팽창에 몰입하던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만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제대로 맞이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