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용인 살이 10년 차,
‘살이’라는 말이 참 좋다.
“커피 마실래요?”
아이를 유치원 보내고 돌아서는데 누군가 부른다.
벚꽃이 활짝 핀 날, 우리는 종이컵에 담긴 달콤한 커피를 마시며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었다. 처음 이웃과 소통의 매개가 되었던 믹서 커피. 커피 향이 벚꽃만큼 진했던 날이었다.
혼자만의 시간을 즐겼던 나에게 다가와 준 친구의 다정함은 4월 만개한 벚꽃 같았다. 지금도 간간이 안부를 묻고, 연중행사로 얼굴을 마주하는 친구다.
아이들과 함께 자란 너와 나는 어느덧 쉰이라는 나이에 서 있다.
돌이켜 생각해 본다. 커피는 사람의 관계를 확장해나가는 행복 바이러스의 원형이라는 생각이 스친다. 혼자서 마시는 커피는 외로움을 도닥여 주고, 친구를 부르게 만들고, 이웃을 만들어 주니깐.
히힛.
새순 돋듯 별들이 고개를 내미는 초저녁이 되면, 나는 보정카페거리 속으로 들어선다. 이곳은 나에게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의 커피 향이 섞여 판타지 공간을 만들어 내는 곳이다. 아늑함과 그리움이 뒤섞인 시간의 공간. 만나고 싶지만 만날 수 없는 누군가가 보고 싶을 때, 하얀 여백을 만들어 내는 너희를 만나고 싶을 때, 내 안의 나를 마주하고 싶을 때 보정카페거리를 찾으니 말이다.
정돈된 거리의 카페에서 스미듯 흘러나오는 커피 향은 삶의 여유를 주고, 내 창작의 영감까지 오롯이 스미게 한다.
커피 잔 구조물 사이로 저녁 햇살이 내려앉는다. 노을이 푸딩처럼 찰랑거린다. 자연과 조형물이 어우러진 공간에 스며든 세련된 재즈 음악은 태곳적 아늑함으로 나를 인도한다. 그늘진 키 큰 나무 아래, 다양한 캐릭터 소품들이 춤을 추고, 화려한 듯 은은한 분위기에 포플러 나뭇잎이 속삭인다.
엄마 아빠의 손을 잡은 달콤한 솜사탕 같은 아이들 웃음소리, X-파크에서 보드를 타는 청소년들의 열정 소리, 하루의 그리운 마음을 달래는 청춘남녀의 부드러운 숨소리, 오늘을 정리하는 직장인들의 소주잔 들이키는 소리들이 얽혀 나를 유혹한다.
어느새 프랑스 파리의 멋진 중년들처럼,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젊은 청춘들처럼, 나도 그들이 되어 거리가 품은 유혹 속에 잠긴다.
코로나 19로 인해 사회적 거리에 동참하고 있는 우리는 벚꽃의 화려함을 느껴보지도 못한 오늘의 봄날 속에 있다. 유난히 벚꽃이 빨리 져버렸다. 꽃이 진자리에 흔적은 남는다. 흔적은 보정카페거리에서 나를 마주하게 했다. 그냥 흘려보낸 봄을 찾기 위해, 나는 오늘도 카페거리에서 서성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