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용인과 인연을 맺은 것은 이십여 년 전이었다. IMF 여파로 오래 된 서울생활을 끝내고, 아무 친지나 연고도 없는 이 동네로 이사를 한 일종의 도피였다. 그 막막하고 외롭던 시기에 매일 집 뒤에 있는 광교산에 올라 마음을 다스렸고, 그동안 정신없이 바쁘게만 살았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말없는 자연의 소리는 감동적이고 설득력이 있었다. 순리에 역행하는 법이 없이 절기를 지키며, 시들고 썩은 낙엽도 새봄에 싹을 틔우기 위한 작업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산은 우리에게 땀을 요구하는 대신 침묵을 통해서 겸허와 인내를 가르쳐 주었다.
광교산에 오르며 조금씩 몸과 마음이 회복되었고 터널 끝에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와 희망을 갖게 되었다. 어느덧 나는 용인에서 새로운 꿈을 꾸게 되었고 동네의 주변사람들과도 마음을 열고 정을 나누게 되었다.
그러다가 새로운 취미를 만난 것이 사진촬영이었다. 처음에는 용인에 있는 민속촌이나 호암미술관 와우정사 등의 사계절의 풍경을 촬영하다가 차츰 사진의 매력에 빠져 전국의 명승지를 찾아다니게 되었다. 게다가 욕심을 내어 사진공모전에 도전하게 되었고 어렵게 자격을 취득하여 한국사진작가협회 회원이 되었다. 지금은 용인에 있는 백 이십 명의 회원을 위해 한국사진작가협회 용인지부장으로 일을 하고 있다.
우리 협회 회원들은 흔하고 소모품이 될 수 있는 사진을 어떻게 하면 예술로 승화시켜 보는 사람으로부터 감동을 줄 수 있을까 늘 고심하며 사진촬영을 한다. 한 장의 사진에 어떻게 해야 작가의 철학과 사상이 들어 있으며, 어떤 스토리를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노력한다. 그래서 단순한 사물도 애정을 가지고 오래 관찰하고 깊이 느끼며 자기의 생각을 표현하려고 애쓴다.
우리 용인지부에서는 일 년에 한번 용인전국사진공모전을 개최하여 전국의 사진작가들의 숨은 실력을 찾아내어 발굴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올해로 14회를 맞아 전시를 앞두고 있으며 전국 사진가들의 지지를 받으며 해마다 응모자의 수도 늘고 있다.
또한 가을에는 전 회원들의 작품을 발표하고 전시하는 회원전을 가져서 일 년 동안 갈고 닦은 회원들의 실력을 확인하고 발전시키는 계기를 만들고 있다. 그러나 아쉬운 점은 오랫동안 시행 해오던 소외된 어르신을 위한 장수사진 촬영이나 용인을 전국에 알리는 관광사진 공모전이 시의 보조금 중단으로 시행을 못하게 된 점이다. 앞으로 용인시의 재정이 부디 정상화되어 문화 예술발전에 큰 힘이 되어주길 기원할 뿐이다.
한향순
한국사진작가협회 용인지부장
한국문인협회 회원 수필가
수필집 : 불씨, 한줄기 빛을 찾아서
포토기행집 : 길에서 길을 생각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