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을 낚다
박이도
언제부터였는지
등에 들메어진 괴나리봇짐이 버거웠구나
차면 비우고 또 차면 비워내며 달려온 한 세월
무엇을 그리 많이 짊어졌는지
한적한 물가에 앉아 낚싯대를 드리운다
오늘은 다 내려놓고, 고독의 정체를 명상하자
물안개 피어오르는 수초에 붙어 꼼짝 않는 잠자리도 보인다
첨벙 뛰어드는 개구리 한바탕 저들의 합창이 시작되려나
살랑대는 미풍이 내 귓가를 맴도는구나.
박이도는 1938년 평북 선천에서 태어나 1962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그의 시에는 비의가 없다. 상징이나 알레고리나 은유도 보이지 않는다. 일상어로 쉽게 읽히는 시를 써왔다. 그것도 60여 년을 한결 같은 작업을 해온 것이다.
「고독을 낚다」 또한 잘 읽히고 이해하기 어려움이 없는 시다. 그가 등에 짊어지고 살아왔던 세월의 무게를 결코 가볍다고 할 수는 없다. 일제 강점기에 태어나 6.25 전란 속에 남쪽으로 내려와 정착하는 과정의 신산함이야 말해 무엇 하겠는가.
이제 8순에 이른 그가 그 등짐을 다 벗어버리고 한적한 물가에 앉아 낚싯대를 드리운 것이다. 그 풍경만으로 사는 일이 족하다. 그는 지금 행복한 고독을 낚고 있는 것이다. 물가에 등장하는 잠자리나 개구리는 소품일 뿐이다. 미풍이 그의 귓가를 맴도는 그 공간과 시간은 얼마나 충일할 것인가. '서정시학' 간 『있는 듯 없는 듯』 중에서. 김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