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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의 발 ‘마을버스’ 존폐위기

LOCAL FOCUS_벼랑끝 내몰린 ‘마을버스’

코로나에 따른 매출감소로 운행에 나서지 못한 마을버스들이 차고지에 주차돼 있다.

 

코로나 이후 매출 60%↓… 업계 ‘고사위기’
하루 운행 1000회 감차에도 ‘경영난’ 가속

 

[용인신문] “그동안 은행 대출로 회사를 운영해 왔는데, 이제는 빚을 낼 수도 없는 지경입니다.”

 

‘시민의 발’인 용인지역의 마을버스 업체 상현운수 박병훈 대표의 한숨 섞인 말이다.

 

마을버스 업계는 1년 여 전인 지난해 발생한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이용객이 대폭 줄었고, 가뜩이나 경영이 어려웠던 마을버스 업계는 고사 위기에 처했다.

 

마을버스는 시내버스가 갈 수 없는 골목 골목을 누비는 서민 교통의 ‘실핏줄’ 같은 존재다. 대형 노선버스가 들어가기 힘든 지역 구석구석을 운행하면서 서민들의 교통 사각지대를 채워주는 노선이 대부분이지만, 코로나로 인해 생존위기에 직면한 상태다.

 

시민들의 외출이 줄고, 직장인의 재택근무와 학생들의 등교 수업이 진행되지 않으면서 마을버스 업계 매출은 곤두박질 쳤다.

 

지난 10일 상현운수 차고지에서 만난 박 대표는 “버스 운행횟수를 줄이고, 운전기사 등 종사자 수를 줄였지만, 더 이상 버티기조차 힘든 상황”이라며 고충을 토로했다.

 

지난 1년 동안 금융권 대출을 받아 운영을 했지만, 올해의 경우 지난해 매출규모가 전년 대비 60%를 밑돌아 대출신청 자체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날 차고지에는 예전같으면 운행에 나섰어야 하는 마을버스 10여 대가 주차돼 있었다. 상현운수는 8개 노선에 차량 49대를 승인받아 하루 577회를 운행해 왔다. 하지만 코로나사태 이후 운행횟수를 454회로 줄였다.

 

과거 100여 명이던 운전기사도 68명으로 줄었다. 회사 차원에서 감원을 진행하지는 않았지만, 차량운행이 줄어들며 급여가 감소하자 다른 일자리를 찾아 떠난 것이다.

 

 

△ 버스 한 대 하루매출 15만원 … 회사는 ‘경영난’ 주민은 ‘불편’

차량운행을 줄였지만, 적자폭은 여전히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코로나 초반 60%가량 감소했던 매출은 최근 학교 대면수업 부활 후 다소 늘었지만, 2019년 대비 40%가량 줄었다.

 

이날 취재진이 동승한 마을버스 5번 노선의 경우 기점인 동천동 머내기업은행에서 종점인 수지구청역까지 단 10여명의 승객만 탑승했다.

 

해당버스 운전기사는 “하루종일 운행해도 약 15만 원 정도의 매출이 오른다”며 “솔직히 기름값도 안 나오는 상황으로, 회사 경영만 생각한다면 폐지하는 것이 맞는 노선”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지만 주민들의 운행관련 민원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차량 운행을 줄여 배차간격이 늘어나면서 주민들 역시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주민 김 아무개씨는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이 예전에 비해 확연히 늘어났다”며 “마을버스의 경우 시에서 지원해 주는 것 아니냐”고 불편을 토로했다. 하지만 공용노선을 제외한 마을버스는 시나 정부차원의 지원이 전혀 없다는 것을 듣고 난 후에는 “마을버스 업계의 고충이 이해된다”고 말했다.

 

△ 서민교통 모세혈관 ‘공공재’ … 정부‧지자체 지원 ‘절실’

시에 따르면 용인지역 내 승인된 노선(시내)버스와 마을버스는 총 50개 노선 383대다. 이들 노선버스와 마을버스는 하루 3957회를 운행하면서 시민의 발이 돼 왔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지난 2월 현재 운행차량은 293대, 운행횟수는 2954회로 줄었다.

 

다만, 시에서 손실보조금을 지급하는 공용버스의 배차는 줄이지 않았다. 용인지역 내 공용버스는 109개 노선에서 하루 1611회 운행을 이어가고 있다.

 

배차간격이 늘어지면서 시민들의 민원이 이어지고 있지만, 민원인들을 설득하는 것이 하루 업무 중 일부가 됐다는 전언이다.

 

시 차원의 지원금이 지급되는 공용버스와 달리 민영 노선‧마을버스 업계의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행법 상 마을버스업계를 직접지원 할 수 있는 방안은 없는 상태다. 국가정책에 따라 경유 리터당 380원, CNG 가스 ㎥당 64원의 유류보조금을 지원하는 것이 전부다.

 

전문가들은 코로나라는 특수상황을 고려해 당분간 마을버스에 대한 지원을 늘릴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교통연구원 관계자는 “마을버스나 시내버스의 경우 민영이기는 하나, 사실상 공공재에 가깝다”며 “최소한 코로나 백신을 다 맞을 때까지만이라도 손실을 전액 보상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문경섭 용인시대중교통과장은 “마을버스 업계가 심각한 위기에 놓인점은 물론, 이로 인해 서민 교통체계가 심각한 불편을 겪을 수 있다는 점에 공감하고 있다”며 “시 차원에서 지역 마을버스 업계를 지원할 수 있는 법적근거 등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