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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공간, 문화의 공간 ‘부활’

LOCAL FOCUS _ 사거용인 死去龍仁

 

 

 

 

[용인신문] ‘생거진천 사거용인’. 특히 ‘사거용인’은 지리적으로 서울에서 가깝고, 임야가 많다는 지리적 특성이 반영된 말로 보인다. 어떤 이유에서든 용인지역엔 유명인들의 유택(幽宅), 즉 묘역이 많다. 용인신문은 수차례 용인시에 문학인들의 묘역을 중심으로 콘텐츠화를 제언한 바 있다. 용인의 대표적 문화콘텐츠인 이사주당의 태교신기가 탄생을 통한 생명을 상징한다면, 사거용인은 죽음 이후의 또 다른 생명과 탄생을 의미한다. 본 기사는 용인문학과 김종경 소논문 ‘용인지역 문학비 실태와 문학순례길 제언’ (부제: 문학인 묘소, 문화공간으로서 의미)을 일부 인용, 발췌함을 밝혀둔다. -편집자 주-

 

 

# ‘사거용인’은 명당설 때문?

용인지역은 풍수지리적으로 명당자리가 많기로 유명하다. 조선시대 이전부터 왕릉을 제외한 명망가들의 분묘가 많았고, 현대에 이르러서도 대규모 장묘시설(공원묘지)들이 설치되면서 여전히 사후의 인기 지역으로 꼽히고 있다.

 

조선시대에는 한양 성곽 주변 도시에 고관 대작들이 우거지로 선호해 조광조, 남구만 같은 인물들이 용인으로 낙향해 살았다. 벼슬에서 물러나 용인에 머물면서 명현의 묘역이 조성되거나 명현이 많이 배출됐다. 그중 당대에 유명세를 날리던 문학인들의 묘역까지 대거 몰리는 현상이 벌어졌다.

 

한때는 양지면의 금박산 8부 능선에 있던 전두환씨의 부인 이순자씨 조모 묘역이 화제가 된 바 있고, 1990년대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가족묘가 대통령선거 전 이동읍 묘봉리에 이전해와 전국의 풍수가들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또 삼성그룹 창업자인 호암 이병철 회장 묘역이 포곡읍 에버랜드 내 호암미술관 일원에 있다. 아울러 김수환 추기경이 천주교 용인공원묘원 성직자 묘역에 안장되어 있다. 이밖에도 정치‧ 경제‧ 사회‧ 문화계 인사들의 묘역이 자리잡고 있어 지금도 '사거용인'이라는 말을 실감나게 한다.

 

#역사문화공원으로 바뀐 망우리공동묘지의 교훈

오스트리아는 음악의 나라로 수도 비엔나에 ‘중앙묘지’가 있다. ‘음악가의 묘지’로도 불리는 그곳엔 공교롭게도 모차르트, 베토벤, 슈베르트, 요한스트라우스 같은 유명 음악가들이 잠들어 있다.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파리의 지하묘지’에는 매년 50여만 명이 찾을 정도다.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나 독일의 대문호 괴테 등 문학가들도 생전보다 생후에 인기가 더 많은 경우다.

 

우리나라에도 주목할 만한 곳이 있다. 서울 광진구와 구시리의 접경지역을 역사문화공원으로 조성중인 ‘망우리 공원’. 과거엔 단순히 ‘망우리 공동묘지’라고 불렸다. 이곳이 유명해진 이유는 이름없는 시민들은 물론 예술가, 독립운동가, 정치인, 과학자, 의사, 가수 등 다양한 사람들이 잠들어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현재는 ‘망우리역사문화공원’으로 탈바꿈하고 있어 수많은 인파가 몰리고 있다. 여기엔 만해 한용운을 비롯한 독립운동가들과 방정환, 박인환, 이중섭, 차중락 등 문화예술가들이 잠들어 있다. 그리고 친한 일본인 아사카와 다쿠미 묘역도 이곳에 있다.

 

#묘지는 영원한 ‘기억의 공간’

묘지는 시공간을 초월한 또 하나의 역사 공간이자 살아있는 현장 박물관이다. 우리나라 현대사의 대규모 기억 공간을 보자면 ‘국립 4·19 민주묘지’, ‘5.18 기념공원’과 ‘망월동 묘역’, ‘제주 4·3평화 기념관’등이 있다. 이들 공간은 기념공원이라는 이름으로 역사의 아픈 교훈을 되새기자는 취지에서 조성됐다.

 

용인지역에서 ‘공원’이라는 이름이 붙은 거대한 공동묘지가 형성된 시기는 1960년대 이후다. 용인 최초의 공원묘지는 1967년 용인시 처인구 모현읍 오산리에 만들어진 ‘천주교 명동성당공원묘원’이었다. 1975년에는 모현읍 초부리에 ‘용인공원묘원’, 1977년에는 수지구 죽전동에 ‘정자공원묘원’, 1979년에는 처인구 이동읍 서리에 ‘서울공원묘원’등이 차례로 들어섰다. 최근엔 처인구 이동읍에 화장과 납골 및 장례식장을 갖춘 초대형 현대식 시립장례문화센터인 ‘용인 평온의 숲’이 건립돼 종합 장례문화서비스를 하고 있다. 이밖에도 크고 작은 수목장이 곳곳에 들어섰다.

 

#용인에 문학인 묘역 몰려…문학순례길 제언

용인시에는 현대 문학인들의 묘지와 문학비가 산재되어 있다. 기자를 비롯한 지역문학인들이 지역문화콘텐츠로 개발하자는 제언을 오래전부터 해왔지만, 행정당국에서는 구체적인 실천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 지역문학회에서는 시대와 장르별로 분류된 문학순례길 코스를 개발해 망우리 공원처럼 공원 입구에 들어서면서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묘지 안내판과 설명문 설치를 요구해 왔다. 아울러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묘지 위치에 대한 제작 필요성도 제기해왔다. 현재는 포은 정몽주(1337~1392), 정암 조광조(趙光祖,1482~1519), 약천 남구만(南九萬,1629년~1711년)등에 대해서는 추모 사업이 진행 중이다. 또 사주당 이씨와 그의 아들 류희에 대한 기념사업이 중중 중심으로 준비 중이다.

 

그동안 수차례 제언을 했던 ‘용인문학순례길’은 다음과 같다. 용인 문학순례길 1코스(비파담~용인자연휴양림~용인공원묘원)는 남구만 묘역부터 용인공원까지다. 이곳엔 약천 남구만 묘역과 용인자연휴양림(작고 문인들 문학비 집단조성)등을 둘러볼 수 있다.  용인공원묘원에는 소설과 이범선을 비롯해 양주동, 이원수, 박목월, 장만영, 조정권 등이 잠들어 있다. 또 2코스(포은 정몽주 묘역~천주교용인공원묘원)는 모현 능원리의 포은 정몽주 묘역부터 오산리 천주교용인공원묘원까지다. 정몽주 묘역에서 약 5.6km떨어진 천주교 용인공원묘원에는 최남선, 영랑, 박완서, 전혜린, 김소진 등의 묘지가 있다.

 

이어 3코스는 조선시대 박은~ 카프의 맹장 안병춘부터 홍길동의 허균까지를 답사할 수 있다. 3코스는 처인구 양지면 식금리~원삼면 맹리까지 약17km다. 마지막으로 4코스는 단국대 신동엽 시비~한국민속촌 이하윤 시비를 볼 수 있다. 4코스는 2코스(처인구)와 인접해 있다. 하지만 행정구역상 수지구와 기흥구에 속해 있어 별도 분리했다. 단국대 죽전캠퍼스에 있는 신동엽 시인과 김용호 시인의 시비를 시작으로 죽전동에 있는 십청헌 김세필 선생의 문학비와 묘역, 지곡동에 있는 음애 이자 선생의 고택과 묘소를 거쳐 한국민속촌에 건립된 이하윤 시인의 시비까지를 연결하는 문학순례길이다.

 

# 용인시는 야외 문학박물관

본지와 함께 문학순례길 제정에 앞장서온 용인문학 안영선 편집주간은 “용인지역은 ‘야외 문학박물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용인시에 산재한 문학인 묘지를 문화콘텐츠로 만들어 체계적으로 관리, 활용한다면 우리나라 최대의 문학인 성지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용인시는 이제라도 용인문학회 등 지역문화예술계와 연계한 문학순례길 조성을 위해 체계적인 조사를 거쳐 문화콘텐츠를 하루빨리 개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