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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

멋과 운치 가득한 한시 1000여 수 선보여

새책 _ 정양화 ‘강현미수시집’

 

[용인신문] 강현 정양화 선생이 66세 미수(美壽)를 기념하는 한시집을 펴냈다. 88세 미수(米壽)와 달리 66세는 아름다울 미를 쓴다.

 

정양화 선생은 지난해 66세 미수를 맞아 자신이 한시를 처음 배우기 시작한 지난 2003년부터 써놓았던 한시 1000여 수를 모아 한자에 토를 달고 시에 풀이를 달아서 최근에 미수 한시집을 펴냈다.

 

정양화 선생은 “모든 시에 우리말로 풀이를 다는 것이 어려웠다”며 “아름다운 시어들이 생각이 나지 않아 억지로 해석을 붙여놓으니 읽을수록 부족하다는 생각에 다듬기를 오래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원래 한시는 해석을 달지 않고 원문 그대로 음미해야 운치와 격조를 느낄 수 있다는 말이 있긴 하다”며 “억지로 꿰맞춘 게 대부분이니 더욱 부끄럽다”고 겸손해 했다.

 

이번 시집은 시령(時令), 절서(節序), 잡영(雜詠), 영회(詠懷), 영물(詠物), 원유(遠遊), 추모, 축하, 군사(軍事), 차운시(次韻詩), 종교 등으로 무리를 나눴다.

 

정양화 선생은 그간 현장백일장이나 지상백일장 등에 참가해 한시협회 지상백일장에서는 장원을 했을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자랑하고 있다. 특히 경복궁에서 주로 열리는 조선조과거재현행사에서 병과에 네 번이나 급제하기도 했다.

 

정양화 선생은 “한 단계 더 높은 을과에 오르면 어사화를 써보는데 그런 영예를 얻지 못해 새삼 노둔(老鈍)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며 “다만 예전에는 병과 꼴지에 급제해도 정승까지 지낸 사람이 많았다는 말로 스스로를 위로 한다”고 말했다.

 

선생의 한시를 읽다보면 멋과 운치, 옛것에 대한 그리움, 깊은 격조 등에 감동하게 된다.

 

“물빛 하늘빛이 하나같이 맑으니/ 상서로운 바람과 기운이 저절로 일어나도다/ 은하수가 못에 비치니 구슬이 흩어지고/ 둥근달이 하늘에 뜨니 기러기 우는소리!/ 가을 지난 서울 평양이 어찌 다른 땅이랴?/ 풍년든 남과 북은 역시 한 백성이로다/ 서리 맞은 단풍조차 오히려 아름다우니/ 팔도산하가 금수강산을 이루었네”(2007. 장원시. ‘추진강산만상엽(秋盡江山滿霜葉:가을지난 강산에 서리 맞은 단풍잎이 가득하다)’ 한시 풀이 전문全文)

 

정양화 선생은 “지난 2003년 용인문화원에 한시 모임이 생긴 것이 용인한시회의 시작”이라며 “당시 용인향교 전교를 지냈던 김건중 선생이 조병호 선생을 모셔 한시강습을 시작했는데 한시집 편집을 부탁받고 내심 한시에 관심을 두던 차에 기꺼이 응해 입력을 하면서 하나 둘 배워가며 교정하다보니 말석에 끼게 됐다”고 술회했다.

 

정양화 선생은 “앞으로도 책상 앞에 앉긴 하겠지만 전에 비해 시를 짓는 의욕도 적어지고 백일장에 참가할 기회도 줄어 안타깝다”며 “하지만 한시를 지으면 치매에 걸리지 않는다는 말이 있으니 더욱 분발하겠다”고 말했다.

 

정양화 선생은 포은 정몽주 선생의 후손으로 정몽주 선생의 묘역이 있는 모현읍 출생이다. 태성중고등학교와 단국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덕영고에서 역사교사로 재직했으며 40여 년 이상 용인지역 향토사를 연구했다. 용인문화원 부설 용인학연구소장을 거쳐 용인문화원 부원장으로 있으며 단국대대학원 사학과를 수료했다. 용인시우회 회원이며 한국한시협회 이사를 역임했다. 그간 ‘용인의 땅이름’ Ⅰ, Ⅱ권과 다수의 공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