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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

넓은 나무판 이끼 사이로 염소… 평온함 선사

한국미술관, 2개의 전시회 ‘눈길’

 

조각가 박민정 초대전  ‘Scenery’

26일부터 12월 10일까지 열려

재료의 특성과 물성 최대한 살려

 

[용인신문] 한국미술관(기흥구 마북로 244-2)은 지난달 26일부터 12월 10일까지 조각가 박민정 초대전 ‘Scenery’전을 개최하고 있다. 이번 전시회는 재료가 가진 질료 특성과 물성을 최대한으로 끌어내려는 박민정 작가의 20여 년이 넘는 노력과 탐구가 집약된 ‘Scenery’ 연작이다.

 

넓은 나무판 위에서 이끼 사이를 걷는 소박하면서 평온한 염소들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다듬어지지 않은 나무

판 위에 오밀조밀 자리 잡은 이끼들은 흡사 산책길에 마주하는 자연의 흔한 단면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하다.이번 전시에서 박 작가는 이성과 감성의 평형을 이룬 상태를 그대로 제시한다. 나무판 그 자체는 모든 것을 포용하는 자연의 기초인 대지를 구현하고 이를 바라보는 우리 모두의 일상을 감싸 안는다. 어떠한 메시지나 특정한 기억을 상기시키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의 특별한 풍경도 아닌 모두의 일상 속 한 장면으로 우리를 마주하고 있다.

 

‘Scenery’ 연작의 나무판들을 보면 작가가 소재를 선택 했다고 하기 보다는 작가와 소재 사이에 ‘인식’ 또는 ‘만남’이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작가는 재료에 대한 개입을 최소화하고 자연 그대로의 질감을 보여주면서 재료의 본성과 물질성을 절제된 개입만으로 보여주고자 하고 있다.

 

작가는 이미 재료에 대한 열정과 격정의 시기를 지나 자연 자체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재료 본질에 대한 탐구, 자연에 대한 존중, 그리고 삶에 대한 순응 그 자체다.

 

작가의 이러한 사유와 정신은 풍경 연작에 항상 함께하는 염소를 통해 알 수 있다. 작가는 유학시절 기차여행 중 창 밖으로 들판을 노니는 염소를 보았다. 염소는 마치 자신의 알맞은 자리에 있듯이 여유롭고 아름다운 자태로 그 시간과 공간을 만끽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 풍경을 마주한 순간은 기차가 들판을 지났다거나 들판이 기차를 스쳐갔다거나 하는 말로는 설명할 수 없다. 항상 그곳에 들판이 있었고, 염소가 있었다는 설명도 적절하지 않다. 다만 그 시간과 공간에 그 풍경이 있었으며, 작가는 삶을 만끽하는 염소를 마주하고 자연 그 자체를 존중한 것이다.

 

작가는 자신을 염소에 투영하고 그 들판 위의 염소처럼 자신의 자리를 찾는 여정에 나섰다. 브론즈와 테라코타, 또는 철심 등을 사용해 다양한 크기의 염소 형태를 만들어 작품 속에 늘 적절한 자리를 마련했다. 때로는 나무 앞에서 혹은 약간의 거리를 둔 위치에서 염소는 작품 속 풍경을 바라보고 향유하는 작가의 자화상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박민정 이번 초대전은 경기도와 용인시가 지원하는 2021 지역문화예술 플랫폼 육성사업으로 기획되었으며, 전시 기간 동안 작품에 대한 관람자의 이해를 높일 수 있는 큐레이터의 해설 프로그램, ‘미술이 내게 닿다’를 상시 운영한다. 예약방문으로 관람할 수 있다. 전시 문의 및 참여 신청은 www.hartm.com 031)283-6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