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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

길 위에서 태어난 ‘음유시인’

<화제의 시집> 김젬마 시인 『와랑와랑』(천년의시)

[용인신문]  

산티에고에 이어 제주의 길 이야기까지

 

김젬마 시인이 두 번째 시집 『와랑와랑』(천년의시)을 펴냈다. 산티에고 기행기인 산문집 『프렌즈 온더 로드』를 펴낸 바 있는 김 시인이 이번엔 제주의 길 이야기를 하고 있다.

 

시집 『와랑와랑』에는 시인이 길에서 만난 사람들과 그들의 흔적이 남긴 바람의 기도와 편지로 가득하다. 시인은 길에서 만난 초록 그늘에 모여 이사 가는 개미들의 발자국에서 지구를 떠받치는 개미의 힘을 발견하고, 그것을 한 장의 사진으로 남긴다. 그리하여 세상의 무수한 길을 걸으며 사진가의 눈으로 모든 것이 조락해 가는 11월에서 역설적으로 “모두 다 사라진 것이 아닌 달”(「달랑 남은 나뭇잎」)을 발견해 낸다.

 

이번 시집의 중반부 이후에 배치된 제주 시편들에서 시인은 탁월한 음성적 가락으로 길에 스민 삶의 애환과 정겨움을 발랄한 리듬에 실어 우리에게 선사한다. 우리는 여기서 탁월한 음유시인이란 길에서 태어난다는 것을 알게 된다. 바람 많은 제주의 올레길과 그 속에 담긴 삶의 내력을 청각적 결합으로 표현한 “와랑와랑”도 그 한 예라 여겨진다.

 

문학평론가 오민석은 해설에서 “김젬마는 디스토피아의 시궁창에서 유토피아를 꿈꾸는 시인”이라며 “동화적 상상력으로 유토피아를 구축하고, 그 이상적인 거울로 디스토피아의 현실을 내려다 본다”고 말했다.

 

시인 박형준은 “김젬마는 세상의 길이란 길은 다 걷다가 시냇가 버드나무 가지 안에서 잠시 쉬며 노래를 부르는 길의 시인”으로, 이번 시집을 두고 “아무것도 후회하지 않을 듯 걷는 길의 시인이 노래하는 가슴과 인생과 슬픔과 사랑이 ‘오늘의 선물’(「길 9」)처럼 우리에게 다가오는 시집”이라고 평했다.

 

1999년 『조선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한 김젬마 시인은 시집 『길섶에 잠들고 싶다』, 동인시집 『조선시』, 산문집 『프렌즈 온더 로드』 등이 있다. <김종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