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아주 오래전 일이다. “수지(水枝)로 이사했으니 수지(收支) 맞을 겁니다.” 당시만 해도 수지는 아주 조용한 동네였다. 말 그대로 동네 한 바퀴, 풍덕천동이 전부였다. 그런데도 용인이 아닌 수지에 산다는 말을 더 자주 했다. 얼마 전 일이다. ‘광주대단지 사건’ 50주년 기념 강의를 촬영하려고 성남시청에 다녀왔다. 녹화가 끝나고 담당자가 물었다. “성남 어느 동에 사세요?” “용인에 살아요.” 5000여 공무원들에게 성남시의 역사를 알리기 위해 마련한 강의였는데, 강사가 용인사람이라서 아쉬웠을까. 지난주 일이다. “선생님, 백신 2차 접종 끝난 분들하고 답사 추진해 주세요.” “그럼 용인을 돌아볼까요?” “용인에 갈 곳이 에버랜드 말고 또 있나요.” 어쨌든 위드 코로나로 전환되면 용인의 역사 유적지들을 다녀 보기로 했다. 역사 강사의 생각으로 말한다. 수지에 살면서 용인에 대한 동질성을 찾지 못하는 이유는 결론적으로 이것이다. 수지에는 용인시 지역 안내도가 없다. 관내 유명 관광안내도를 비롯한 역사 유적지 안내도와 같은 설치물도 본 적이 없다. 며칠 전 일이다. 지방 강의에 다녀오다가 정체된 고속도로를 피해 처인구 쪽의 국도를 이용했다. 그렇다.
[용인신문]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은 현재 선두를 달리는 이재명 후보가 과반수를 득표하면 10월 10일 확정된다. 반면 2위 이낙연 후보가 과반수 득표를 저지한다면 늦어도 10월 15일 결선투표로 후보를 선출하게 된다. 수도권 경선의 최대변수는 역시 대장동 주택개발에 이재명 후보가 연루되었는지가 최대변수다. 드러난 정황만으로 볼 때 화천대유의 투기에 야권의 연루자가 훨씬 많은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하지만 LH공사의 신도시 개발에 공사임직원이 대거 연루된 것을 경험한 수도권 민심은 이 후보와 성남시에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되는 민주당 경선을 감안하면 대장동 당락을 가르는 변수가 안될 수도 있지만 경선 막판 1주일은 상당히 긴 시간이다. 만약 이재명 후보에게 결정적으로 불리한 보도가 터진다고 가정하면 크게 요동칠 수도 있다. 현재 민주당 경선 후보는 이재명 이낙연 추미애 박용진(득표순)이며 대장동 주택개발 문제는 후보 확정 이후에도 살아있는 뇌관으로 작용할 개연성이 농후하다. 야권의 대선후보 경선은 국민의힘 11월 5일, 정의당 10월 6일 확정된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홍준표 후보가 선두다툼을 벌이는 가운데 유승민 원희
[용인신문] 열 받음, 걱정, 안도, 절망, 탄식……. 대통령 예비 후보자 관련 소식들은 나를 흥분시킨다. 충돌하지 않는 단어들인데, 으르렁거리며 악다구니 소리를 지르게 한다. 어떤 후보는 ‘국정 소신과 운영철학’보다 반대 정서를 이용한다. 또 어떤 후보는 ‘나 아니면 안 된다’라고 외쳐댄다. 선거철마다, “그 정도면 양호해”로 합의해 주는 선거문화의 불감증도 여전하다. 다수의 인간은 원망(願望)보다 희망을 앞세운다. 희망은 구조화되어 견고한 욕망으로 꿈틀거린다. 욕심을 포장하여 신념이라 한들, 결국은 자신의 이기적 욕망이지 않은가. 생각해 보라. ‘희망을 꿈꾸는 것’은 강력한 유물론이며, ‘원수를 사랑하라’라고 말하는 신앙은 관념론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원수를 사랑하지 않는 혹자(或者)와 또 어떤 혹자(或者)도 신앙인은 아니다. 신앙은 겸손과 포기를 통해 위안을 받기 때문이다. 돈독한 신앙인이라면, 원수를 저주하는 발언은 그만하라. 신이 경고했지 않은가, ‘악인에게 맞서지 마라’고. “나는 너희에게 말한다. 악인에게 맞서지 마라.”라는 마태복음 5장 38절의 구절과 “악한 자를 대적 하지 말라, 누구든지 오른편 뺨을 치거든 왼편도 돌려대며…”의 39절은 역
[용인신문] 최근 한 장의 사진에 여론이 들끓었다. 충북 진천에 있는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법무부 차관과 그 뒤에서 무릎을 꿇은 채 우산을 받치고 있는 공무원 사진 때문이었다. 21세기 한국에서 도저히 있을 법하지 않는 풍경이 사진에 찍히자 사람들은 분통을 터트렸다. 이것은 우리나라 고위 공직자들이 ‘황제 의전’을 받고 있는 증거라며 공격했고 야당도 청와대를 향해 비난을 퍼부었다. 그런데 조금만 생각을 해보면 과연 이런 풍경이 가능한 것일까하는 상식적인 의문이 든다. 필자는 오랫동안 현장 사진기자를 경험해, 이런 상황에서 자연스러운 것과 부자연스런 것은 판단할 수 있다. 아니나 다를까? 곧이어 충북 언론인들이 진실을 알렸다. 취재하던 방송 카메라기자와 신문 사진기자들이 우산 든 공무원을 비키라며 만들어진 상황이고 차관은 뒤에서 쪼그려 앉아있던 공무원이 무릎까지 꿇은 것을 몰랐던 것이다. 물론 이 상황 자체를 거부하지 못한 공무원들도 문제지만, 기자들은 자신들이 연출한 풍경을 차관 비난하는데 그 사진을 활용했다는 것이다. 자기들이 문제적인 상황을 만들고 그 문제를 엉뚱한 사람들에게 뒤집어 씌운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가짜 뉴스’의 전형일
[용인신문] 임기 8개월여를 남겨둔 문재인 대통령의 리더십이 국민의 관심과 주목을 받고 있다. 8월 26일 아프가니스탄 난민 378명을 태운 특별기가 인천공항에 도착, 충북 진천의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에서 생활에 들어갔다. 정부는 카불 공항에 C-131 공군 수송기 3대를 보내 아프간 대사관과 의료지원단 등에서 협력해온 현지인 391명을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로 긴급 호송했다. 건강 상태가 염려되는 13명은 현지에서 치료를 받고 지난 27일 입국했다. 탈레반이 카불을 함락하자 서방에 협력해온 현지인들은 보복을 피해 대탈출에 나섰고, 이들을 고용했던 나라들은 자국으로 대피시키기로 했다. 한국 정부는 발 빠르게 대응하여 이들을 신속하게 구출할 수 있었다. 한국행을 선택한 아프간인에는 100여 명의 어린이가 포함되어 있고, 대부분 여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탈레반은 극심한 여성 차별정책으로 서방은 물론 이슬람권의 비판을 받아왔다. 정부가 391명의 현지인을 수용하기로 한 결정은 정말 잘한 일이다. 정부의 결정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인도주의적 결단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역대 정부와 국민은 난민수용에 극도로 인색했다. 예맨난민 수용문제를 두고 보여준 국민
[용인신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국민의 힘’에 입당했다. 윤석열의 입당으로 국민은 힘은 대통령 후보 경선 일정을 확정했다. 국민의 힘은 8월 30일 경선 후보 등록을 시작으로 9월부터 본격적인 후보 간 경선에 돌입하여 11월 9일 대통령 후보를 최종 선출한다. 일부 여론조사에서 윤석열은 36.3% 지지율을 기록, 여야 후보를 통틀어 1위에 올라섰다. 이런 결과가 일시적일지 지속적일지는 전적으로 윤석열에게 달려 있다. 윤석열은 정치 참여의 명분을 문재인 정부를 심판하여 정권교체를 이루겠다는 것으로 삼고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제일의 목표로 설정했다. 이밖에도 여러 이유를 들었으나 주목할만한 것은 별로 없다. 그가 자유민주주의를 최고의 가치로 삼고 있는지는 확신할 수는 없지만 민주주의가 무엇인지는 잘 모르고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 자유민주주의야말로 진짜 민주주의라고 주장하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자유주의라고 쓰는 것이 올바르다. 자유주의는 프랑스혁명 전후 정립되었는데 영국의 휘그당이 강령으로 삼아 현대 민주주의의 주요한 이념으로 자리 잡았다. 미국에서도 자유주의라고 정의한다. 민주주의는 사상과 양심의 자유, 평등과 공존을 근본으로 하는 인도주의를 총칭하는 개념
[용인신문] 이준석의 등장은 상당히 극적이었다. 2012년 27세의 나이에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으로 발탁된 이준석은 박근혜의 대권행보에 구색 맞추기용으로 차출되었다. 청년 이준석의 등장은 그 자체만으로도 국민의 관심을 끌었다. 그로부터 9년이 지나 이준석이 그 당의 대표가 되었다. 노원을에서 국회의원에 출마, 안철수의 대항마로 본격적인 정치를 시작한 이준석은 연달아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이후 그의 정치 여정은 고단했다. 언제 그만둘 것인가 그 시기만을 남겨둔 듯했던 이준석이 국민의 힘 대표에 출마했을 때 필자는 가능성이 없는 도전이라 여겼다. 한국 정치에 흥미를 잃어 뉴스도 거의 보지 않아서 그의 대표당선은 뜻밖이었다. 아무튼 이준석 대표의 등장은 가장 보수적인 정당인 국민의 힘에서 상상하기 어려웠던 파격이었다. 진중권 씨는 이준석의 전면 등장에 기대 반 우려 반의 논평을 했다. 분명 이준석은 젊다는 것을 제외하면 한국정치의 변화를 주도할만한 내용을 갖추지 못했다. 그의 사고는 상당히 보수적이고 엘리트 의식에 젖어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육체적으로는 청년이지만 정신적으로는 완고한 기성 정치인을 보는듯하다. 그렇지만 존재 자체만으로도 변화를 상
[용인신문] 가끔 헷갈리는 노래가 있다. “내 나이가 어때서, 사랑에 나이가 있나요.”와 “사랑은 아무나 하나, 그 누가 쉽다고 했나.” 전자는 나이를, 후자는 사랑을 강조한 듯하다. 하지만 필자의 생각일 뿐이다. 그래서 한 번 더, ‘사랑은 모호한 것이라고. 사랑은 실체가 보이지 않기에 매혹스러운’이라고 쓴다. 모호하여서 실체가 없지만, 현실은 매혹(魅惑)과 미혹(迷惑)을 넘어 곤혹(困惑)으로 가는 경우도 종종 있다. 독재의 억압을 뚫고 나온 사람들은 민주주의를 환호했다. 개인의 자유를 마음껏 누리던 평범한 사람들 앞에 민주주의 내파(內波)라는 ‘돌연변이’들이 숙주처럼 나타날 줄은 몰랐다. 앞선 20세기에 상반된 가치의 충돌이 길항(拮抗)된 역사였기에 21세기에는 이미 박물관으로 들어간 줄 알았다. 착각이었는지, 환상이었는지, 아무튼 자유와 민주라는 체제에서 나타난 윤석열과 이준석의 동맹은 모호(模糊)하다. 1922년 10월 무솔리니는 로마로 진군했다. 소총으로 무장했지만 2만여 명에 불과한 파시스트들을 이탈리아 국왕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3세는 진압하지 않았다. 무솔리니의 숭배자였던 측근의 감언이설 때문이었다. 국왕은 오히려 무솔리니가 이탈리아를 구원할 인
[용인신문] 전국의 자치단체들은 2018년도부터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하고 있는 ‘문화도시’ 조성사업에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다. ‘문화도시’사업은 지자체 스스로 문화환경을 기획하고, 실현해 나갈 수 있도록 문체부가 포괄적 예산을 지원해 주는 사업이다. 그 결과 전국 41개 자치단체가 응모하여 10개 자치단체가 선정되었다. 용인시는 3차에도 들어 있지 않았다. ‘특례시’라서 예외였나 생각하였다. 뒤늦게서야 용인시 행정당국이 분주한 것을 보니 ‘특례시’라서 예외였던 것은 아닌 듯하다. 추진단으로 부시장을 단장하는 23개 기관 24명으로 구성하였다. 용인시는 2021년도 법정문화도시 공모에 앞서 ‘용인시 문화도시 조성계획 보고회’를 개최했다. 시장을 비롯해 용인시의회, 유관기관, 예술단체, 교육기관, 시민단체 관계자 등 40여 명이 참석했다. 용인시 문화도시 비전 및 추진 방향 설정, 시민주도의 문화자치 생태계 구축, 문화도시 조성 핵심과제 도출·사업계획 제시 등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백 시장은 “용인시만의 독특하고 차별화된 브랜드로 지속 가능한 문화도시 모델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모두들 “시민과 함께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한때
[용인신문] 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이후 전 세계로 확산된 코로나가 우리 삶을 지배한지 1년 6개월이 지나고 있다. 이전의 사스나 메르스처럼 이 또한 금세 지나갈 줄 알았다. 이렇게 오래 걸릴 줄 몰랐다. 그동안 우리 삶에는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일상이 통제되고 고립되면서 분노와 좌절과 공포가 사회 전반에 깊은 우울을 가져왔다. 마스크를 사기 위해 줄을 선다는 것은 상상도 못한 일이었다. 갑자기 소중한 사람을 잃고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경조사도 제대로 치루지 못하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가족끼리도 자유롭게 만나지 못하다니, 상상도 못한 처음 겪는 세상이었다. 반면 평소 물과 공기처럼 당연히 우리에게 있는 것이라 믿었던 자유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가고 싶은데 갈 수 있는 자유. 만나고 싶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자유. 또한 긍정적인 면도 있어 우리 사회에 깊이 숨어 연약한 영혼을 갉아먹던 사이비 종교의 허상과 실체도 드러났다. 아직도 사망자가 늘어가고 매일 확진자의 숫자를 확인하면서도 이제는 무덤덤해지고 있는 것은 이 상황에 적응하고 있다는 것인가. 아니면 지쳐가고 있는 것인가. 내겐 닥치지 않았다고 타인의 불행은 내 손톱 밑에 가시가 아
[용인신문] 한국 사회는 1960년대 이후 급속하게 추진된 산업화 과정에서 생활환경이 개선되기는 했지만, 그 과정에서 지역에 따라 생활환경이 가시적으로 개선된 곳이 있는가 하면, 생활환경이 제대로 개선되지 않은 곳도 있다. 용인시의 경우만 보더라도 기흥구와 수지구의 택지지구의 생활환경 개선은 처인구의 읍면 지역의 생활환경 개선과 많은 차이가 있다. 한전주, 통신주, 그리고 전주에 가공된 배전선로 및 전주에 가공된 통신선로는 도시 미관을 크게 해치고 악천후에 안전사고를 유발할 위험이 크고 어린이와 노인 등 시민들의 보행 환경을 불편하게 한다. 8만여 명의 시민이 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기흥구 동백지구의 경우를 보면 전주와 그곳에 가공된 선로는 모두 지중화되어 있어 보행 환경이 상당히 좋다. 용인시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종합운동장과 경안천, 양지천 일대를 1단계 사업지로 선정해 처인구 마평동 종합운동장 부지에 용인어울림(林)파크라는 평지형 도심공원을 비롯해 경안천 도시숲, 모현 갈담생태숲, 운학·호동 수변생태벨트 등을 아우르는 총면적 270만㎡ 규모로 조성해 2022년까지 마무리할 예정이다. 용인시가 의욕적으로 펼치고 있는 용인시의 녹지공간 및 공원 조성 사업은
[용인신문] 기원전 431년 겨울, 페리클레스가 전몰자들의 가족과 친지 그리고 아테네 시민들 앞에 나섰다. “우리는 아름다움을 추구하면서도 사치에 빠지지 않고 풍요로운 삶을 살고 있습니다. 지혜를 사랑하면서도 유약함에 빠지지 않습니다. 부자는 자신의 부유함을 과시하지 않고 적절하게 활용하며 또한 가난한 사람들은 자신이 가난하다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진짜 부끄러운 것은 가난을 이겨내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역사를 공부하면서 가장 가슴 벅찼던 투키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에 남겨진 페리클레스 추도연설문의 일부이다. 수시로 열광하는 대상이 바뀌긴 하지만 최근에 가슴 뛰게 한 사람이 있다. 그녀는 무엇인가를 의도적으로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의 의미를 편안하게 느끼게 해준다. “정말 먹고 살려고 (연기를)했기 때문에 나한텐 대본이 성경 같았다. 그냥 많이 노력한다. 난 ‘최고’ 이런 말이 참 싫다. 너무 1등, 최고 그러지 말고 최중 되면 안 되나.” 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은 55년 차 배우인 윤여정 씨의 겸손한(?) 소감이 진정한 도그마다.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은 각자의 도그마를 가지고 있다. 5000만의 주관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