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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농(愚農)의 세설(細說)

백성의 삶에는 허리띠 졸라매는 것은 없다.

 

[용인신문] 중국 진나라 사람 장화가 쓴 박물지 문적고 6편에 따르면 성인의 말씀을 경이라 하는데 본시 성인의 말씀은 먹물이 남아서 더 쓴 것도 아니고, 먹물이 모자라서 덜 씀도 아닌 그야말로 꼭 필요한 말씀만 쓰신지라. 무릇 일반 범부가 그 말씀을 이해는 고사하고 읽기에도 어려운지라, 이에 밝으신 현자가 나셔서 그 성인의 말씀을 풀어주셨는데 이를 전이라 한다.

 

그리하여 후학들은 이를 성경현전聖經賢傳이라며 줄여서 경전이라 불렀다. 성인의 말씀이라는 것은 그리 특별할 게 없는 지극히 당연한 말씀이 곧 그것이다. 그중 하나가 관자일립이라 불리는 신년 첩일 것이다. 관자는 논어에도 몇 번씩이나 언급되는 인물로 제나라 환공을 도와 최초로 춘추오패를 이룬 인물이요, 변방의 척박한 가난하기 이를 데 없는 제나라를 부국강병의 국가로 만든 장본인 이기도 하다.

 

관자의 사상을 한마디로 압축하여 말한다면 “백성들을 잘 먹고 잘살게 하라.”가 전부다. 여기에 대한 실천방안으로 백성들의 삶에 백년지대계를 세우는데 그의 말을 쉽게 풀어쓰면 “일 년을 살기 위한 계획으로 가장 좋은 것은 곡식을 심는 것이 으뜸이고, 십 년을 살기 위한 계획으로 가장 좋은 것은 나무를 심는 것이며, 백 년을 살기 위한 계획으로 가장 좋은 것은 자녀를 가르치는 것”이라고 했다. 명심보감은 이를 더 쉽게 풀어쓰기를 “봄에 밭 갈지 않으면 가을에 거둘 게 없다”라고 했다. 천자문에서는 이를 추수 동장이라 한다. 봄에 심고, 여름에 가꾼 것을 가을에 거둬들이고, 겨울에 창고에 저장하여 다음 해까지 견뎌낸다는 말이다.

 

고래로 백성들의 삶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것은 군주를 비롯한 목민관들의 통치행위다. 저들의 전후 사정이야 어찌 됐건 백성들이 알바는 아니나 백성들이 춥고 배고프지 않음을 넘어선 등따습고 배부르게 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먼 나라가 됐건 이웃 나라가 됐건 그쪽 나라에서 물가가 오르든 말든 내 나라 내 백성이 걱정 근심 없이 잘살게 하는 것이 군주의 일이요, 목민관의 책임인 것이다. 훌륭한 군주나 목민관은 백성들이 허리띠 졸라매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백성의 삶에는 허리띠 졸라매는 것은 없다. 이 땅에 백성이라야 고작 몇천만에 불과하거늘 이 정도도 못 먹여 살려서 여기저기서 곡소리가 난다면 그런 군주를 성군이라 부르긴 어렵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