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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로 보는 세상

라면 가격과 사회적 시장경제

 

[용인신문] 2015년 라면 수출은 1억 383만 달러였다. 2018년에는 2억1618만 달러, 2020년 3억 208만 달러, 2022년에는 3억 8328만 달러로 불과 2년 만에 25%가 증가하였다. 2023년 라면 수출액은 잠정 집계로 4억 4620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이 정도면 라면이 국민의 식생활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통계는 보여준다. 라면은 1960년대 삼양라면에서 시작되어 지금은 삼양, 농심, 오뚜기 라면 3개 업체에서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얼마 전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들 3개 업체가 재료비 상승을 이유로 가격을 올리자 담합행위로 규정, 공정거래위원회에 수사할 것을 지시하여 라면 업계는 부랴부랴 가격을 원위치시켰다.

 

자유시장경제를 금과옥조(金科玉條)로 여기는 정부가 라면 가격에 민감하게 대응한 이유는 서민 생활과 라면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1960년대 한국은 보릿고개가 해마다 찾아올 정도로 배고픈 사람들이 넘쳐났었다. 이때 미국에서 원조하던 밀을 삼성의 제일제당에서 제분한 밀가루로 삼양사에서 라면을 만들었다. 라면은 단숨에 인기 식품이 되었고 통일벼가 나오기 전까지 보릿고개를 넘기는데 일등 공신이었다.

 

지금은 라면도 프리미엄 제품을 출시할 정도로 고급화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라면은 식은밥 반 공기와 김치만 곁들이면 든든하게 한 끼를 해결하는데 가장 비용이 적게 들어가는 식품이다. 정부가 자유시장 경제의 기본원리인 시장의 가격 결정권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은 환영하지만 만시지탄(晩時之歎)의 감이 있다. 자유시장경제란 무한경쟁을 국가가 용인하라는 것이 아니다. 시장이 과열되거나 독점 양상을 보이면 국가가 개입하는 것은 당연하다. 시장경제는 자유주의 시장경제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 일본, 한국은 자유주의 시장경제를 표방하고 있다. 그것은 대한민국 정치인의 95%가 자유주의를 표방하면서 보수주의 성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대로 된 선진국 대부분은 사회적 시장경제를 지향한다. 라면 가격 인하를 통해 사회적 시장경제를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