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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경제

지역 식품업체, 도둑맞은 레시피 소송 ‘승소’

소스·드레싱 전문기업 ㈜미르마로푸드시스템
신제품 개발팀장·직원4명 영업기밀 가지고 퇴사
레시피 똑같은 제품 생산… 매출 곤두박질 피해
경쟁업체에도 제조법 넘겨… 법원 “손해배상 하라”

 

[용인신문] 식품업계에서 공공연히 진행돼 온 이른바 ‘레시피 도용’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법원 판결이 나와 이목을 끌고 있다.

 

법원이 용인지역 식품회사가 개발한 레시피를 빼내 그대로 사용한 식품회사에 손해배상을 판결한 것. 그동안 산업 기술로 인정받기 어렵던 식품 레시피를 사실상 산업 기술로 인정한 판결이라는 분석이다.

 

처인구 양지면에 위치한 ㈜미르마로푸드시스템은 지난 2007년에 설립된 후 양 80여 개의 소스와 드레싱 등을 제조하는 중소기업이다. 중소 기업이지만 ‘맘스맘’이라는 브랜드로 알려지며 농협 하나로마트 식자재 마트는 물론, B2B식자재 시장 점유율 10%~15%를 차지하며 연 매출 80억여 원의 우수 중소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지난 2013년 이 회사 신제품 개발팀장으로 일하던 A씨와 B씨 등 4명이 퇴사하면서 영업실적이 줄기 시작했다.

 

A씨 등이 퇴사하면서 소스와 드레싱류 레시피 등 103개의 영업기밀을 갖고 나가 C씨와 새로운 식품회사를 설립한 뒤 똑같은 제품을 생산했기 때문이다. 또 이들은 미르마로 푸드와 경쟁 업체인 또 다른 식품회사에도 관련 레시피를 넘겼다.

 

이 업체들은 미르마로 푸드 측이 납품하던 회사 등에 같은 종류의 소스 등을 저가에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를 알게 된 미르마로 푸드 측은 A씨 등 퇴사 직원과 이들이 설립해 같은 제품을 생산·유통한 P푸드 측에 대해 업무상 배임 및 부정경쟁방지법 등으로 고발했다.

 

회사 기밀을 빼내 회사를 설립한 A씨 등은 모두 징역형의 형사처벌을 받게됐지만, P푸드에 대한 처벌은 이뤄지지 못했다. P푸드 측의 고의성 등에 대한 증거가 불충분 하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미르마로 푸드 측은 민사소송을 제기했고, 1심 재판부는 미르마로 푸드 측이 연구·개발한 레시피를 영업 기밀로 인정하지 않았다.

 

재료의 배합 비율에 따라 맛이 결정되지만, 해당 배합 비율을 산업 기술로 볼 수 없다는 취지에서다.

 

△ 항소심 재판부, 100% 동일한 레시피 불가능

실제 식품 레시피에 대한 이 같은 판결 기조는 그동안 법조계에서 꾸준히 이어져 왔다. 예를 들어 떡볶이 소스의 경우 누구나 같은 재료로 비슷한 맛을 낼 수 있는 만큼, 재료 배합 비율 자체를 산업 기술로 보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미르마로 푸드의 레시피에 대한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달리 판단했다. 미르마로 푸드 측이 레시피 개발을 위해 장시간 노력과 비용을 들인 '영업 기밀'로 인정 한 것.

 

특히 재판부는 A씨 등이 회사의 영업기밀을 이익을 위해 경쟁업체에 반출했고, 해당 레시피는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정보라는 점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대략적으로 비슷한 맛을 내는 원재료 및 배합 비율은 알 수 있어도, 100% 동일하기는 불가능하다”는 내용의 식품 레시피 종사자들의 증언을 언급하며 “부정취득·사용한 불법행위로 인해 레시피 개발에 따른 비용절감 등 경쟁상의 이익을 취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미르마로 푸드 측이 제기한 2억여 원의 손해배상 소송에 대해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 최형준 대표 “잘못된 업계 관행 끊어낼 제도 개선 필요”

최형준 미르마로푸드 대표는 “소스제조업체의 중요한 자산인 레시피를 베껴 제품을 버젓이 출시해도 가해 업체 처벌 어려워 유사한 일들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며 “이 같은 관행을 바로잡고 싶어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민사소송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미르마로 푸드에 따르면 이들 식품업체의 동일 제품 저가 판매 등으로 4억여 원의 손실을 입었다. 여기에 6년 10개 월에 걸쳐 진행된 연구개발비용만 10억여 원에 이른다.

 

그럼에도 약 2억여 원 수준의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하게 된 배경이라는 설명이다.

 

최 대표는 “어렵게 제품을 개발한 기업 피해가 자명함에도, 가해기업은 법망을 피해 버젓이 덤핑가로 시장 교란시키는 일이 더 이상 없길 바란다”며 “연구·개발된 식품 레시피 등의 도용 등에 대한 제대로 된 처벌 규정이 만들어져 중소기업 피해가 계속 양산되는 악순환을 끊는 계기가 만들어지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