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국회가 뒤늦게 합의한 선거구 획정이 오히려 용인지역 유권자들에게 혼란만 가중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거구 내 인구 기준 상‧하한선을 맞추기 위해 용인지역 4개 선거구 중 3곳에 대한 선거구역 조정을 확정했지만, 기존 선거구와 변경 선거구 내 인구수가 고작 3명에 불과하는 등 현실과 거리가 먼 것.
선거구 획정위원회와 선거관리위원회 등은 현행법 상 명시된 기준에 따라 선거 구역을 조정하다보니 현재 인구수와 차이가 발생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지역정가와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이 같은 ‘의미없는 선거구역 조정’을 왜 하느냐는 반응이다.
시에 따르면 지난달 말 국회 여야간 합의에 따라 제22대 총선 선거구 획정안이 마련됐다.
용인지역은 처인구 지역인 용인갑 선거구는 현행 그대로 유지하되, 을‧병‧정 선거구는 모두 선거 구역이 조정됐다.
이 같은 선거 구역 조정은 22대 총선 선거구 내 인구 상한선인 27만 3200명을 맞추기 위한 조치다.
선관위 측은 현행 공직선거법 상 선거구 획정 인구 기준일이 선거일 15개월 전으로 명시된데 따라, 지난 2023년 1월 31일을 기준으로 선거구역을 조정했다.
변경된 선거 구역을 살펴보면 을 선거구의 경우 현재 포함돼 있는 동백3동을 정 선거구로 이동하고, 동백 2동이 포함된다.
또 병 선거구는 죽전 2동이 빠져나가고, 정 선거구의 경우 동백 2동을 빼내고 동백3동과 죽전 2동이 추가된다.
이 같은 구역 조정에 따라 △을 선거구 인구수는 27만 538명 △병 선거구는 27만 1240명 △정 선거구는 27만 2989명으로 모두 인구 상한선을 맞출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 의미 없는 선거 구역 조정
문제는 현재 인구수다. 선거 구역 조정에 따른 선거구별 인구수를 살펴보면 올해 1월 31일을 기준으로 △을 선거구는 27만 2860명 △병 선거구 27만 1299명 △정 선거구 27만 0981명이다.
반면 기존 선거구 내 인구수는 △을 선거구 27만 863명 △병 선거구 28만 9293명 △정 선거구 25만 2984명이다.<표 참조>
동백 2동과 3동을 주고 받은 을선거구의 경우 선거 구역 변경 전후 인구수가 고작 3명 차이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 인구수를 살펴보면 동백2동과 3동에 대한 조정 없이, 기존 병선거구 내 죽전 2동만 정 선거구로 이동하면 선거구 내 인구 상한선을 넘지 않게 된다.
이렇다 보니 동백2·3동이 포함된 동백지구 지역사회 내에서는 “무의미한 선거구 조정으로 지역 주민들만 혼란을 겪게 됐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주민 커뮤니티를 운영 중인 A씨는 “동백동 주민들은 지금까지 알고 있던 우리지역 후보가 다른 선거구로 변경됐지만, 이를 제대로 알고 있는 분들은 많지 않다”며 “굳이 선거구 조정을 안 해도 되는 사안을 왜 바꿨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 지역정가 일각, 게리멘데링 ‘의혹’ 제기
이렇다 보니 지역정가 내에서는 게리멘더링 의혹도 나오는 실정이다. 여야가 서로의 유불리를 따져 선거구역 조정을 합의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다.
지역정치권에 따르면 을 선거구로 이동된 동백 2동은 최근 이어진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 결과 진보성향 득표율이 높았던 곳이다. 반면 동백 3동의 경우 보수층 득표가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즉, 선거구 전반적으로 진보 성향이 강한 을선거구에 전략적으로 동백2동을 보내고, 보수정당이 탈환을 노리는 정선거구에 보수층이 많은 동백3동을 배치해 유리한 구도를 만들려 한 것 이라는 의혹 제기다.
지역정당 관계자는 “늑장 선거구 획정에다, 무리한 선거구역 조정까지 이어지다 보니 유권자들 사이에서 이런 저런 얘기가 많은 것이 사실”이라며 “중앙 정치권 차원에서 법정 시한을 지키는 선거구 획정을 했다면 이 같은 의혹은 나오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