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윤석열 대통령 말 중에 이런 대목이 아직도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내년 선거 때 보자, 아주 탄핵시킨다. 뭐, 이런 얘기까지 막 나옵니다 (…) 하려면 하십시오”
현직 대통령이 자신의 입으로 대통령 탄핵이라는 절체절명의 금기어를 서슴없이 한 것이다. 그야말로 평생을 검사로 살아온 검사다운 발언이 아닌가 싶어서 깜짝 놀랐다.
시간은 흘러 그가 말한 “내년 선거 때 보자”라던 선거의 그날이 지난 4월 10일 지났다. 바로 총선 사상 가장 높은 투표율과 집권 여당에게 가장 큰 참패를 안겨 준 22대 국회의원 선거다.
다시 말해 윤석열 정부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그야말로 ‘국민의 힘?’에 의해 참패를 당한 것이다. 그리고 5일이 지난 16일에서야 윤 대통령은 집권 여당의 총선 참패와 관련, “더 낮은 자세와 더 유연한 태도로 보다 많이 소통하고, 저부터 민심을 경청하겠다.”고 말했지만, 그 말을 진정한 사과 의미로 받아들인 국민은 없어 보인다.
대통령 재임 기간 2년이 지나도록 민심과 동떨어지게 살았거늘 ‘저부터 민심을 경청하겠다’는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국민 또한 많지 않다. 사람은 그렇게 말처럼 쉽게 변해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겪어본 국민은 다 알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많이 잃었다고 본다. 국민의힘에게 참패를 안겨준 대통령 중간평가 및 정권심판 성격이 강한 표심으로 드러난 것이 반증이다.
맹자는 이렇게 말 한 바 있다. 군주가 천하를 잃은 것은 그 백성을 잃은 것이며, 그 백성을 잃었다는 것은 그 백성의 마음을 잃었다는 말이다. 그렇다. 백성의 마음을 잃은 군주는 그 말에 더이상 효력을 갖지 못한다는 게 명약관화한 일.
선거가 끝난 후 대통령 지지율이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임기 중반도 안됐는데, 벌써 레임덕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우려 또한 적지 않다.
윤 대통령은 선거 참패를 수습하기 위해서 국무총리를 비롯한 새로운 참모진 구성을 고심중에 있다. 이 과정에서 야권 인사들의 이름이 거론되어 논란이 일기도 했고, 다양한 인사들이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상황이다. 하지만 침몰하는 배에 과연 누가 타겠냐는 부정적인 정치평론가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미 윤석열 대통령은 길을 잃었는지도 모른다. 순자는 말한다. 길을 잃고 헤매는 것은 묻지 않아서라고. 그가 어찌 길만 잃었으랴. 균형을 잃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실타래같이 얽혀있는 복잡한 인생사가 걸린 게 정치라는 것이다. 평생을 검사로 살아온 인생 이력과 현재까지의 국정운영 스타일을 볼 때 고도의 정치력을 기대하긴 힘들어 보인다.
아직도 야당 대표를 만나서 협치하지 못하는, 오직 정치 검찰의 힘만 연상케 하는 부정적인 모습을 국민은 오랫동안 지켜봤다. 윤 대통령이 앞장서서 민생에 방점을 찍어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진짜 민생이 무엇인지 공감이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비판적 목소리 또한 적지 않다. .
총선 기간 중 대파 소동에서도 보았듯이 현실과의 괴리감에 대해 국민은 알고 있다. 21세기 대한민국판 벌거벗은 임금님을 본 느낌이라는 것을…. 결국, 세상 사람들은 다 아는데 혼자만 모른다는 것을, 선거가 끝나자 검찰개혁을 강도 높게 부르짖는 22대 국회의원 당선자들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
자동차에는 보는 각도에 따라 사각지대라는 게 있다. 운행 중 사각지대에 걸리면 백이면 백, 사고로 이어진다. 사람들에게도 관점의 사각지대라는 게 있다. 뭘하든 자기들끼리는 잘 통하니까.
이쯤 되면 대통령이 마트에 가서 대파 한 묶음 들고 875원이라고 외칠 때 듣는 국민은 빵 터진 이유를 알 것이다. 이 해프닝이 선거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저들은 아직도 국민과의 소통을 너무 잘하고 있다며 벌거숭이 임금님의 우를 반복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