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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현 여제단, 보존과 활용의 지혜를 묻다

박숙현(본보 회장·이사주당 기념사업회 회장)

 

용인신문 | 광복 80주년을 앞둔 지금, 우리는 과거의 흔적들을 통해 현재를 되돌아보고 미래를 설계하는 중요한 시점에 서 있다. 용인시 처인구 양지면에서 117년 만에 모습을 드러낸 양지현 여제단과 사직단의 발굴은 단순한 고고학적 발견을 넘어, 우리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토지와 곡식의 신에게 제를 올리던 사직단과 억울하게 죽은 원혼과 역병을 달래던 여제단이 한 쌍으로 발견된 것은 전국적으로 매우 드문 사례이며, 수도권에서는 최초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조선시대 여제단의 제례 문화와 당시 사람들의 세계관, 특히 질병에 대한 인식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귀중한 유적이다. 고문헌 속에서만 존재했던 역사의 실체가 눈앞에 드러난 것이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발굴 이후 여제단 터의 보존 방안을 둘러싼 논란은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유구의 훼손을 이유로 발굴 보고서 작성 후 터를 폐지한다는 소식은 역사의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처사로밖에 여겨지지 않는다. 눈에 보이는 형태가 전부가 아니다. 땅속에 묻힌 시간의 흔적, 그곳에 담긴 이야기, 그리고 그것이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더욱 중요하다.

 

일제 강점기에 우리 선조들의 정신과 역사를 지우려 했던 아픈 역사를 우리는 기억한다. 1908년, 일제에 의해 철폐되었던 사직단과 여제단은 그 역사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광복 이후 80년, 우리는 다시 그 흔적을 찾아냈지만, 이번에는 우리 스스로 그 가치를 외면하려 하고 있다.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향토사학계의 우려처럼, 희귀한 여제단 터를 보존하지 않고 도로를 내어 없애는 것은 역사적, 민속학적으로 큰 손실이다. 단순히 과거의 유물을 잃는 것이 아니라, 미래 세대에게 전달해야 할 소중한 유산을 잃는 것이다. 용인시는 이러한 역사적 가치를 깊이 인식하고, 단순한 경제적 논리나 편의에 매몰되지 않는 현명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아직 발굴되지 않은 사직단에 대한 조사가 남아 있다. 이를 통해 양지현 사직단과 여제단의 전체적인 모습이 드러날 것으로 기대된다. 더 나아가, 향토사학계의 제안처럼 이 유적들을 복원하여 역사문화지구로 조성한다면, 용인의 역사와 문화를 알리는 중요한 거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중요한 것은 보존과 활용 사이의 균형을 찾는 지혜이다. 단순히 과거의 것을 지키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를 위한 가치 창출로 이어져야 한다. 용인시는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역사와 미래를 잇는 현명한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이번 양지현 여제단 발굴은 우리에게 역사의 의미를 되새기고, 문화유산의 가치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것은 과거의 외침에 귀 기울이고, 미래를 향한 지혜로운 답을 찾는 것이다. 용인시의 결정에 우리 모두의 시선이 쏠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