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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무서운 줄 알아야

송우영(한학자)

 

용인신문 | 한자에서 그릇 기(器)는 개견을 중심으로 입구가 위에 좌우로 둘이 있고, 아래 좌우로 둘이 있다. 한 마리의 개가 네 개의 입을 지키고 있는 형국인데 여러 가지 파자설이 있을 수 있으나 보이는 대로 파자하여 읽으면 중앙의 개 한 마리가 상하좌우의 그릇을 지키는 형국으로도 읽힌다.

 

좀 더 쉽게 말하면 그릇을 지킬 역량이 안 되면 그 자리에 있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만약에 여기서 아래에 있는 그릇 두 개를 잃는다거나 깨진다면 어떻게 되는가. 기(器)는 곡(哭)이 되는 것이다. 좀 더 쉽게 말하면 통곡할 날이 온다는 말이다.

 

물론 마을 촌로의 식자우환 같은 말일 수도 있겠으나 시사하는 바는 자못 크다 하겠다. 일찍이 공자께서는 “군자는 그릇이 아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군자는 세상을 바라보는 사유에 있어서 편협이나, 좌든 우든 한쪽으로 치우치지 말고 전체를 보는 안목을 가지라는 말이다. 그 이유는 군자의 일이라는 것이 치자의 길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치자의 덕목이라는 게 있다. 공자께서 꿈에서라도 오매불망 만나고 싶어 했다는 주공의 가르침인데 군자는 나라를 다스림에 있어서 백성을 힘들게 하지 아니하며, 백성을 아프게 하지 아니하며, 백성을 대하기를 마치 제 몸 대하듯 한다고 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자기를 수신하는 공부가 되어 있어야 한다.

 

많은 혹자가 영웅호걸이라 자칭하며 불꽃처럼 일어났다가 자기 수신의 벽을 넘지 못해 명멸해 갔다. 주나라 무왕은 신하들이 옳은 소리를 하면 가슴을 두드리고 머리를 조아리며 자기를 돌아봤다고 했다. 은나라 주왕은 신하들이 옳은 말로 간하면 잡아다가 심장에다가 구멍을 내기도 했고, 그것도 모자라 벌겋게 달군 쇠기둥 다리를 만들어 그리로 걸어가게 하여 태워죽이기도 했다.

 

두 사람의 결과는 역사의 기록에 자세하다. 세상의 사람살이라는 것은 그때의 일이 오늘이라고 해서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는 것이다. 명칭만 왕에서 대통령으로, 백성에서 국민으로 바뀌었을 뿐이지 다스림과 먹고사는 문제에 있어서는 별반 다를 게 없다. 굳이 콕 집어 말한다면 옛날에는 세습왕조이던 것이 지금은 국민의 선택에 의한 선출직이라는 게 다를 뿐이다. 국민이 누구를 선택하느냐에 따라서 잘났든 덜 잘났든 선출되는 것이다.

 

서경은 이렇게 기록한다. “왕이 바르면 백성은 그 왕을 떠받들지만 왕이 바르지 않으면 백성은 그를 왕의 자리에서 끌어낸다.”라고 했다. 그리고 말미에 이렇게 끝을 맺는다. “사랑할 것은 왕이 아니요, 두려워할 것은 백성이니라.” 참으로 무서운 말이다. 고래로 왕이 권좌에서 물러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대부분이 백성들의 외면에서 시작되기도 한다. 맹자는 “왕이 나라를 잃는 것은 그 백성을 잃은 것이며, 그 백성을 잃은 것은 그 백성의 마음을 잃은 것이다.”라고 말했다.

 

진효공 영거량 때 재상의 직위에 있는 상앙이 현자를 찾아가 물었다. 현자께서는 제가 진나라를 잘못 다스리고 있다고 여겨지십니까. 참으로 칼이 숨겨진 물음이 아닐 수 없다. 여기서 말한 번 잘못하다가는 언제 모가지가 뎅겅하고 잘릴지 모르는 상황이다. 그러자 현자가 백발을 주억이며 말한다. “백성의 말에 귀를 기울여 듣는 것을 총이라 하고, 들은 백성의 말을 마음으로 새겨 자신의 마음을 밝히는 것을 명이라 하지요.”

 

여기서 총명하다의 ‘총명’이라는 고사가 시작된다. 일찍이 순임금은 “자신을 낮추니 백성들이 높여 주었다”고 했습니다. 이미 옛글에 훌륭한 가르침이 기록되어 있거늘 저같이 시골 늙은이가 무슨 의견이 있겠습니까. 그야말로 무릎을 탁치는 우문에 현답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 나라를 다스리는 자는 자고로 현자를 찾아가 배워야 한다는 말이다.

 

하루는 자공이 스승 공자께 이렇게 물었다. “위나라 대부 공문자는 크게 잘한 것도 없는데 어찌하여 훌륭하다고 하는 겁니까?”“ 이에 공자는 말한다. ”그는 모를 때는 아랫사람에게 묻는 것도 부끄러워하지 아니한 자이니라.“ 여기서 불치하문의 고사가 나왔다.

 

조선 시대 아동 교과서 격인 사자소학에 이런 글이 있다. 임금이라도 백성이 주지 않으면 함부로 해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 했다. 천하의 주인이라는 임금도 함부로 못하는 것이 있는데 국민 무서운 줄을 몰라서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