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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지역일꾼’ 옥석 제대로 가리자

김용민/ 한국기독교장로회 벙커1교회 담임목사
(사)평화나무 이사장· 김용민TV 대표PD

 

용인신문 | 지방선거가 반년 앞으로 다가왔다. 선거는 평가의 시간이다. 그래야만 한다. 평가가 빠진 선거는 정치를 타락시킨다. 특히 지방선거는 더욱 그러해야 한다. 지난 임기 동안 지방정부가 무엇을 했고, 무엇을 하지 못했는지를 따져 묻는 자리가 지방선거다. 잘한 지방정부는 선택받고, 잘못한 지방정부는 심판받는 것. 이것이 정석이고 정수이며, 민주주의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한국의 지방선거는 오랫동안 이 정상에서 벗어나 있었다. 유권자의 선택 기준은 지방정부의 행정 성과가 아니라 중앙정치의 흐름, 대통령 지지율, 정당 구도에 좌우돼 왔다. 지방선거가 ‘지방정부 평가’가 아니라 ‘중앙정부 중간평가’처럼 치러지는 일이 반복돼 왔다. 그 과정에서 지방정부의 책임성은 점점 흐려졌다.

 

여름철 집중호우로 도로가 잠기고 하천이 범람했을 때, 겨울철 폭설과 빙판길로 시민들이 다치고 출·퇴근길이 마비됐을 때,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재난 대응과 안전 관리, 제설과 배수, 생활 인프라는 지방정부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 아닌가? 그런데도 이런 실패가 선거에서 실질적인 평가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지방자치는 껍데기에 불과하다.

 

정상적인 지방자치라면 지방정부는 계절이 바뀔 때마다 긴장해야 한다. 여름이 오면 수해가, 겨울이 다가오면 제설이 가장 먼저 떠올라야 한다. 그 실패가 곧 주민의 심판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어야 한다. 이 두려움은 결코 나쁜 것이 아니다. 민주주의에서 권력이 가져야 할 가장 건강한 감정이다. 책임을 자각하는 권력만이 사전에 준비하고, 예방하며, 예산과 인력을 우선 배치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재난이 발생해도 지방정부는 “예상치 못한 기상이변”을 말하고, “전임의 문제”를 탓하며, 때로는 중앙정부에 책임을 돌린다. 언론 보도는 며칠 지나지 않아 사라지고, 선거 국면이 되면 모든 것은 정권 심판이나 정권 견제라는 구호 속에 묻힌다. 이렇게 되면 지방정부는 무능해도 정치적으로는 안전해진다. 어디라도 구체적으로 밝히고 싶지는 않지만, 지난여름 전대미문의 갈수(渴水)로 치수에 실패한 한 지자체조차도, 다가올 선거에서 단체장이 교체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한다. ‘원래 그 지역은 늘 그 당이 차지해 왔다’는 이유 때문이다. 암담한 현실이다.

 

이 구조를 고착시키는 데에는 지역언론의 위기가 깊게 작용하고 있다. 중앙언론은 지방의 제설 예산이나 배수시설 관리 상태를 지속적으로 추적하지 않는다. 그 공백을 메워야 할 지역언론은 재정난과 인력 부족, 지자체 광고 의존 구조 속에서 감시 기능을 충분히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용인에는 그나마 용인신문 등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 교과서적 저널리즘을 세우려 애쓰고 있다. 그러나 100만 도시이니 가능한 일이다. 그렇지 않은 나머지 지역 유권자는 지방정부를 평가할 정보 자체를 얻기 어렵다.

 

정보가 없으면 평가는 불가능하다. 평가가 불가능하면 심판도 없다. 그 빈자리를 대신하는 것이 중앙정치 이슈다. 이는 유권자의 잘못이 아니라 민주주의 인프라의 실패다. 지방선거가 중앙정치의 공중전에 포획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제 질문해야 한다. 우리는 어떤 지방정부를 원하는가. 재난 앞에서 변명하는 정부인가, 아니면 계절이 바뀔 때마다 주민의 평가를 먼저 떠올리는 정부인가. 선거가 다가올수록 중앙정치의 구호를 외치는 단체장인가, 아니면 지난 4년의 행정 성과를 자료로 설명하는 단체장인가.

 

지방선거는 달라져야 한다. 여름의 수해와 겨울의 빙판길이 표로 직결되는 정치, 생활의 안전이 권력의 성패를 가르는 정치가 돼야 한다. 주민의 일상이 곧 정치의 기준이 될 때, 지방자치는 비로소 정상으로 돌아온다. 이제 묻자. 지난여름, 그리고 올겨울, 내가 속한 지자체는 일을 제대로 했는가. 또 맡겨도 될 만한가. 이 질문이 살아 있는 지방선거가 되게 하자. 민주주의의 전범(典範)을 세워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