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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은 지방선거의 해… 진짜 일꾼 ‘검증의 시간’

오룡(조광조 역사연구원 원장/오룡 인문학 연구소 원장)

 

용인신문 | 2025년의 대한민국 정치는 분명 위기이자 기회였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헌정 질서의 충격과 새로운 대통령의 취임은 국가 운영의 근본을 다시 묻는 계기가 됐다. 통치의 정당성은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권력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느냐는 질문은 더 이상 추상적 담론에 머물 수 없게 되었다. 이 시기 국가는 단순한 관리자를 넘어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야 하는 주체로 소환됐다. 탄핵 이후의 정치는 ‘속도’와 ‘결단’을 지도력의 핵심 덕목으로 다시 부각했다. 혼란의 국면에서 지체 없는 판단과 신속한 실행은 국가 운영의 안정성을 회복하는 데 일정한 역할을 했다. 위기 상황에서 주저하지 않는 선택은 책임 정치의 출발점이자 지도력의 존재를 증명하는 최소 조건이기도 하다. 다만 그러한 선택은 분명한 방향과 사회적 맥락 위에서 작동할 때만 신뢰로 축적된다.

 

영국의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가 말한 ‘도전과 응전’의 법칙은 여전히 유효하다. 문명의 운명은 도전의 크기보다 그 도전에 어떻게 대응했는가로 결정된다는 통찰이다. 위기는 피할 수 없지만, 대응의 방식은 선택의 영역이다. 탄핵 이후의 대한민국 정치는 바로 그 선택의 장 위에 놓여 있다.

 

정치는 언제나 욕망을 품는다. 문제는 그 욕망이 공공의 언어를 입을 때다. 특히 지역의 기억과 가치, 공동체의 방향을 다루는 국면에서는 그 위험이 더욱 커진다. ‘미래 인재’, ‘균형’, ‘합리’라는 말은 중립적으로 들리지만, 실제로는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배제할 것인가에 대한 분명한 판단을 전제로 한다. 정치에서 선택 없는 중립은 존재하지 않는다.

 

막스 베버는 정치를 “악마적 힘과의 계약”이라고 표현했다. 선의만으로 운영되는 권력은 없으며, 그렇기에 통제와 질문이 필요하다는 경고다. 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순간, 제도를 설계하는 순간 이미 관점은 개입된다.

 

언어에 중립이 없듯, 행정과 정치에도 무색무취의 진리는 없다. 그런데도 권력은 늘 ‘상식’과 ‘객관’을 앞세워 자신의 기준을 표준으로 만든다. 그렇게 굳어진 표준은 비판을 거부하고, 시민의 판단 능력을 둔화시킨다.

 

이러한 맥락에서 2026년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단순한 행정 성과의 평가를 넘어선다. 그것은 지역의 가치관과 권력의 태도, 시민을 대하는 방식이 드러나는 선택의 순간이다. 단기적 개발 성과의 문제가 아니라, 시민의 삶을 기준으로 정책을 설계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지방선거의 본질이어야 한다. ‘생활 정치’라는 말이 공허해지지 않으려면, 그 생활이 어떤 사고와 태도를 허용하는지부터 따져야 한다. 특히 인구 110만 명에 이르는 대도시로 성장한 용인에서의 시장 선거는 더욱 그렇다. 용인은 이제 개발과 관리의 단계를 넘어, 정책·산업·교육·교통 등 시민의 삶 전반을 좌우하는 구조적 선택을 요구받는 시점에 이르렀다. 무엇을 더할 것인가 보다, 어떤 방향으로 도시를 재편할 것인가가 더 중요한 국면이다. 한나 아렌트는 “권력은 함께 행동할 때 생기고, 폭력은 권력이 사라질 때 등장한다”라고 말했다. 이 말은 권력이 명령이나 강제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시민과의 관계 속에서 형성된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질문을 불편해하는 정치, 비판을 경계하는 권력은 시민과 함께 서 있지 않다. 그것은 협력의 정치가 아니라 관리의 정치이며, 참여를 전제로 한 권력이 아니라 통제를 전제로 한 권력이다.

 

시민을 존중하는 정치와 관리하기 쉬운 주민을 상정한 정치는 출발점부터 다르다. 전자는 시민을 판단의 주체로 인정하지만, 후자는 행정의 대상으로 취급한다. 질문을 허용하는 정치는 때로 번거롭고 비효율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정책은 사회의 현실과 접속한다. 반대로 비판을 회피하는 정치는 단기적 효율을 얻을 수는 있어도, 결국 시민의 신뢰를 소진한다. 우리는 이러한 차이가 시간이 흐를수록 정치의 품격과 공동체의 내구성을 얼마나 크게 갈라놓는지 이미 여러 차례 경험해 왔다.

 

2026년 지방선거는 용인 정치의 구조 자체를 다시 짜는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전국 정치의 격변이 지역으로 스며드는 흐름 속에서, 누가 시대의 요구에 응답할 수 있는 인물인지에 관한 질문. 6월3일까지 멈춰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