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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 애향가’ 음정 오류… 도시 정체성 ‘상처’

박숙현(본보 회장·이사주당 기념사업회 회장)

 

용인신문 | 110만 인구를 자랑하는 용인특례시. 대한민국에 애국가가 있듯, 용인시에도 용인 애향가가 존재하지만, 그 존재를 아는 이는 손에 꼽을 정도다. 지역 정체성 논란으로 번질 수 있는 사안이다.

 

최근 용인 애향가가 음정 오류 논란에 휩싸였다는 소식에 마음이 무겁다. 시민의 애환과 향수를 달래주는 노래가 이토록 홀대받는 현실이 안타깝기 그지없다. 단순한 음정 오류를 넘어, 용인 애향가에 담긴 역사와 의미가 퇴색되는 현실에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용인 애향가는 6·25 전쟁 중 피폐해진 용인 시민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기 위해 탄생한 곡이다. 당시 유인상 군수의 제안으로 유달영 선생이 작사하고, 조성지 선생이 작곡한 이 노래는 용인에 대한 사랑과 자부심을 높여주는 정겹고 우렁찬 민요풍의 노래다. 전쟁의 상처를 딛고 일어서려는 시민들의 마음을 담아 만들어진 용인 애향가는 용인 시민들의 마음속 깊이 자리 잡은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하지만 현재 용인시 홈페이지와 유튜브에 게시된 논란의 애향가는 원본과 음정이 달라 시민들의 원성을 샀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13번째 마디의 ‘흐~르는’ 부분으로, 원본 악보와 음계가 다르다. 이인영 전 용인문화원장은 “듣자마자 멜로디가 틀렸음을 알았다”며 즉각적인 수정을 요구해왔다. 뿐만 아니라, 용인 애향가는 1990년대 이후 제대로 불리지 않아 사실상 잊혀진 노래가 되어가고 있다. 각종 행사에서 애국가 대신 용인 애향가를 제창하던 시절은 이제 옛 추억이 되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1980년대 녹음된 것으로 추정되는 희귀 음원이 발견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강남대학교 홍순석 명예교수가 제보한 이 파일은 남녀 혼성 합창단이 부른 것으로, 당시 용인의 풍경도 영상으로 담겨 있다. 1분 29초 분량의 영상에는 용인 전경과 뻐꾸기 소리, 꿩, 빨래하는 아낙의 모습 등 정겨운 풍경이 담겨 있어 향수를 자극한다.

 

홍 전 교수는 “이 음원이 원곡 복원에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급격한 도시화로 옛 모습을 잃어가는 용인에서, 잊혀진 용인 애향가의 원곡을 되살리는 것은 단순한 노래 복원을 넘어 용인의 역사와 문화를 되찾는 의미있는 작업이 될 것이다.

 

용인 애향가는 단순한 노래가 아니다. 용인 시민들의 삶과 역사가 담겨있는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이번 음정 오류 논란을 계기로 용인시가 용인 애향가에 대한 관심을 다시 한번 가져주길 바란다. 잊혀진 노래를 되살리고, 시민들의 애향심을 고취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용인 애향가가 엇갈린 음정을 바로잡고 시민들의 마음속에 다시 울려 퍼지는 날을 기대해 본다. 용인시가 애향가 논란을 넘어 도시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