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재판관 8명 전원일치 ‘대통령 탄핵’ 판결
대통령 모든 예우 박탈… 불소추특권 사라져
12·3 계엄 내란수괴 혐의 기소 형사재판은 물론
직권남용·공천개입·채수근 외압 줄수사 불가피
14일 이내 대선 공고… 60일 이내 대통령 선거
민주당 이재명 대표, 본격적인 대권가도 예고
국힘, 尹과 단절·당내 강경파 청산이 운명 좌우
용인신문 | 윤석열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재판관 8명의 전원일치 판결로 탄핵소추안이 인용되어 파면됐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지난 4일 오전 11시 22분 "윤석열 대통령을 파면한다"는 탄핵심판 선고 주문을 읽었다. 12·3 비상계엄으로부터 123일, 국회 탄핵 소추로부터 112일 만이다. 파면의 효력은 즉시 발생해 대통령 직위를 잃었다.
이날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에서는 “피청구인은 국민 모두의 대통령으로서 자신을 지지하는 국민을 초월하여 사회 공동체를 통합시켜야 할 책무를 위반했다"라며 "군경을 동원해 국회 등 헌법기관 권한을 훼손하고 기본적 인권을 침해해 헌법 수호를 저버리고 대한국민의 신임을 중대하게 배반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피청구인의 위헌·위법 행위는 헌법 수호 관점에서 용납할 수 없다"라며 "부정적 영향과 파급효과가 중대하므로 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 이익이 대통령 파면에 따르는 국가적 손실를 압도할 정도로 인정된다"라고도 했다.
이제 전 대통령이 된 윤석열은 경호를 제외한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모든 예우가 박탈되고 내란수괴 혐의로 기소된 형사재판을 남겨두고 있다. 전직 대통령의 예우마저 박탈된 윤석열은 내란수괴 혐의뿐만 아니라 직권남용, 공천개입, 명태균 게이트를 둘러싼 여러 혐의와 채수근 해병 순직 사건을 둘러싼 외압에 대해서도 수사를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이 선포되고 국회와 시민의 저항으로 친위쿠데타가 무산된 지 넉 달여,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백척간두의 위기에 처했다. 자영업자가 줄줄이 무너지고 서민경제는 빈사 상태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통령 탄핵을 둘러싸고 국론 분열은 최고조에 달했다. 자칫하면 그간 이룩한 대한민국의 업적과 5000만 국민의 노고가 물거품이 될 지경이다.
헌법재판소는 대통령 파면이 국론 분열을 수습하고 헌정 질서를 회복하는 지름길이라는 판단으로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했다. 지난 넉 달을 불면으로 지새워야 했던 탄핵에 찬성하는 국민은 비로소 안도했고, 탄핵에 반대한 국민은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에게 화살을 돌리려 하고 있다. 냉정하게 지난 내란 사태를 되돌아봐야 한다. 방송으로 생중계된 비상계엄 당일의 상황은 전 세계에 전파되었다. 미국과 유럽의 민주주의 선진국들은 대한민국 시민의 민주주의를 수호하려는 의지에 찬사를 보내고 지지했다.
하지만 얼마 후 이들의 찬사는 당혹과 회의로 바뀌었다.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것도 주권자인 국민으로서 당연한 권리다. 그러나 일부 극우 유튜버가 양산하는 왜곡된 정보에 속아서 탄핵을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주권자의 권리와 의무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다. 심지어 개개인이 국민의 대표자이자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이 국민이 직접선거로 선출한 대표기관인 국회를 무력화하려고 한 쿠데타를 묵과한다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만약에 대통령 윤석열 탄핵이 헌재에서 기각되었더라면 대한민국은 극심한 혼란에 빠지고 국격은 곤두박질쳤을 것이다. 친위쿠데타에 면허증을 내준 것과도 같은 탄핵 기각이 실제로 벌어졌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12·3 비상계엄에서 드러난 대통령 윤석열의 의식구조는 자신에 반대하는 국민은 반국가세력이라는 위험천만한 의식이 자리 잡고 있다. 그는 헌재의 변론에 출석하여 계엄이 정당한 통치권 행사라고 우겼다. 사람의 의식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헌재의 대통령 파면으로 정국은 급속하게 대선 국면으로 전환되었다. 정부는 대통령 파면 일로부터 14일 이내에 대통령 선거를 공고하고 파면 일 60일 이내에 대선을 실시해야 한다. 민주당은 유력한 대선주자인 이재명 대표에 맞서 누가 경선에 나설지 또한 관건이다. 반면 국민의힘의 사정은 복잡하다. 국민의힘은 탄핵 반대파가 탄핵은 불가피했다는 찬성파를 압도하고 있다. 국민의힘의 딜레마는 대선의 향방을 가늠할 중도층의 민심이 탄핵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여론이 다수를 점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여전히 소수의 탄핵 반대 여론에 안주한다면 당의 외연은 더욱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탄핵에 찬성한 세력을 포용하여 공정하고 열린 경선으로 대선 후보를 선출한다면 민주당과 의미 있는 경쟁을 펼칠 수 있다.
국민의힘의 문제는 우선 윤석열 전 대통령과 어떻게 단절할 것이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단절하고 12·3 내란의 진상규명에 협조한다면 전통적인 보수 유권자의 민심은 국민의힘 후보를 지지하게 될 것이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결사 항전을 주도한 강경파에게 계속 휘둘린다면 보수적인 중도층 민심은 차선책으로 민주당 후보를 선택할 수도 있다.
아무튼 대통령 선거를 위한 시계는 돌아가기 시작했다. 현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탄핵의 갈등을 봉합하고 대선을 공정하고 평화롭게 치르는 것이다. 국민 다수의 지지를 받아 차기 정부가 성공적으로 출범한다면 대한민국이 안고 있는 여러 난제를 풀어낼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 국론을 통합하기 위한 국민 각자의 노력이 요구된다. 대한민국 국민은 위기에 강하고 담대하다. 일단 대선부터 잘 치르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새로운 대한민국의 출발점이다. <본지 발행인 김종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