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인신문 | SK하이닉스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600조 원을 투자한다는 거시적 청사진이 발표된 가운데, 처인구 원삼면 건설 현장은 당장 내년부터 닥쳐올 인력 수용 문제로 비상이 걸렸다.
현재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는 총 4개의 팹(Fab) 중 첫 번째 팹의 절반만 착공해 공사 중이다. 공사가 본격화되는 내년 하반기에는 하루 최대 1만 4000여 명의 건설 인력이 현장에 투입될 전망이다. 용인시와 SK 측 추산에 따르면, 출퇴근 인원을 제외하고도 약 6000실(2인 1실 포함)의 기숙사 및 숙소가 요구된다.
문제는 용인시가 파악한 공급 통계와 현장 실태가 판이하다는 점이다. 시에 따르면 2025년 현재까지 준공된 숙소는 1851실이며, 건축허가를 받은 물량은 5847실에 달한다. 수치상으로는 필요 물량인 6000실을 충족, 오히려 공급 과잉 우려를 낳을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본지의 취재 확인 결과, 건축 허가를 득한 5847실 중 상당수는 착공조차 못했다. 이유는 정부의 고금리 기조와 금융권의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 규제로 인한 자금 경색 때문이다. 이대로 간다면 내년 하반기에 대규모 인력이 유입될 경우 숙소 부족 사태는 피할 수 없다.
지금도 수급 불균형으로 인한 시장 가격 왜곡 현상은 심각하다. 현재 원삼면 일대의 원룸 월세는 이미 100만 원에서 150만 원 선까지 폭등했다. 이러한 임대료 상승 현상은 인근 양지면까지 확산되는 추세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숙소 부족이 지역 경제의 ‘누수 현상’을 초래한다는 점이다. 일부 노동자들은 안성, 이천, 평택, 수원 등 인근 지자체로 밀려나 출퇴근을 하기 때문이다. 이는 곧 용인시에서 소비되고 순환되어야 할 경제적 효과가 타 지역으로 유출됨을 의미한다.
따라서 행정 당국이 내놓은 대책 또한 재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용인시는 원삼면 농업진흥구역 내 임시숙소 설치를 한시적으로 허용하는 기준을 마련했다. 그러나 난개발 방지를 명분으로 ‘SK 및 밴더사와의 직접 사용 계약’을 전제 조건으로 내걸었다. 이는 현실적으로 민간 사업자가 충족하기 어려운 까다로운 기준으로, 실제 공급 확대로 이어지기에는 한계가 있다. 규제 완화 취지가 엄격한 단서 조항에 막혀 실효를 거두지 못하는 셈이다.
지금이라도 현실적인 전수조사와 유연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용인시는 단순히 건축 허가 건수에 만족하지 말고, 허가받은 물량이 실제 착공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착공이 지연되는 현장에 대해 행정적 지원을 모색하거나, 임시숙소 허가 기준을 현실에 맞게 재조정하여 민간 공급의 숨통을 틔워줘야 할 것이다.
600조 원의 투자가 지역 상권 활성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하드웨어인 ‘도시 인프라’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안정적인 숙소 공급은 낙수효과를 담아낼 필수적인 그릇이다. 노동자들이 용인에 머물며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정교한 대책 마련을 촉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