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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이 만난사람

우리들의 어여쁜 영웅 ‘용인시청 핸드볼팀’

영화보다 더 감동스러운 용인 ‘우생순’

열악한 환경 속에서 용인에서의 마지막 경기 눈물바다

전용경기장이 없다. 경기가 끝나면 라커룸이 없어 복도에서 경기를 정리한다. 버스로 2시간 넘게 달려가 경기장을 빌리고 연습경기를 한다.
잠은 여관에서 2~3명 씩 끼어서 잔다. 여름 유니폼을 지급 받지 못해 동복을 입고 뛴다. 운동화는 구멍 난 채로 신는다. 연습공이 부족해 늘어 붙은 끈끈이를 테이프로 떼어 낸다. 다른 팀 선수들이 먹는 이온음료 대신 보리차를 끓여 운동장에 나른다.
하루하루가 힘들어도 용인시청 여자핸드볼 팀은 리그 1위다.

 
   
▲ 지난 7일 인천체육회를 상대로 종료 5초전 골든골을 성공시킨후, 오열하는 '용인시청핸드볼팀' 선수들
 

후보 선수도 없는 12명으로 초호화 선수단에 역전드라마
용인시청 에이스 권근혜는 현재 득점과 어시스트 모두 1위다. 김운학 감독이 황지정보고 3학년 권근혜를 스카우트하기 위해 태백에서 15박 16일 동안 머물며 권근혜 선수의 아버지를 설득한 것은 핸드볼계의 전설이 됐다.
권근혜는 뼈, 근육, 신경이 마비되는 ‘전신 류마티즘’인자가 퍼진 환자다. 그녀는 소녀시절 꿈이었던 국가대표를 몸이 아파 그만뒀다. 그녀는 용인시청 핸드볼팀이 해체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팀이 해체되지 않으면 핸드볼을 그만둘 수 없을 것 같다”는 이유다. 그녀는 가장 아름다운 추억으로 고교 때 거둔 전국체전과 종별선수권 우승을 꼽는다. 중3 때 우승하지 못했던 아픈 기억을 모두 지워낸 승리였기 때문이란다. 마침 팀에 감독이 없어 중학교 은사를 모셔와 일궈낸 추억이란다.

권근혜 선수 “팀이 해체돼야 핸드볼 그만 둬…” 눈물

   

지난 7일 열린 ‘ 2011 SK 핸드볼 코리아리그’에서 용인시청의 이선미는 종료 5초전, 승부를 결정짓는 역사적 골을 성공시켰다. 1년 9개월에 걸쳐 24연승을 달리고 있던 거함 인천체육회를 침몰시킨 골이었다.
30 대 29, 이선미는 ‘봉급 없는 선수’다.
팀이 정상적 상태였다면 용인시청이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것이다. 이선미는 새로운 직업을 찾기 위해 ‘보디 빌더’자격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국가대표를 지낸 이선미가 용인시를 위해 무보수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셈이다. 사직했던 이선미는 남아있는 선수들을 보고 오직 ‘의리’ 하나 만으로 되돌아온 것이다.
팀의 맏언니 명복희(32세)도 국가대표를 지냈다. 핸드볼 선수 나이로 치면 환갑이다. 타 팀은 모두 170㎝가 넘는데 용인시청 팀에서 단 두 명만이 170㎝가 넘기에 환갑 나이 명복희가 몸싸움에 나선다. 뿐만 아니다. 열혈남 김운학 감독이 경기 중에 여러 가지 주문을 소리쳐 외쳐대면 알았다며 진정시키는 것도 맏언니 몫이다.
국가대표를 지낸 이민희는 남았지만 또 다른 국가대표 남현화는 팀을 떠나야만 했다.
김정은(20)은 고교랭킹 1위로 군림하던 선수다. 지난 해 입단하자마자 신인상을 거머쥐었다. 봉급 받아 할머니와 남동생에게 용돈 보내고 부모님께 생활비를 부쳐드리는 효녀다. 그것도 오는 6월 20일 이면 끝난다. 용인시청이 6월 말까지만 봉급을 지급하기 때문이다. 사회 초년생을 취직시켜 놓고 입사 6개월 만에 회사에서 쫓아내는 꼴이다. 사회에 첫 발을 내딛은 청년에게 어른으로서 할 일이 아니다.

6월말 해체 앞둔 선수들의 불꽃 투혼

   
▲ 우리들의 영웅! 앞줄 왼쪽부터 김정순(15), 정혜선(6), 이호신(9), 권구슬(20), 한종숙(3), 권근혜(11),      뒷줄 오른쪽부터 손민지(1), 이민희(16), 이선미(10), 김민지(14), 명복희(17),  김정심(13)

 김운학(48) 감독은 용인시 보라리 태생이다. 신갈초, 신갈중을 다녔고 핸드볼 명문 원광대학교를 졸업했다. 몸이 좋지 않은 권근혜를 대신해 투지 넘치는 파이팅으로 볼을 배급하는 수지고 출신 정혜선을 스카웃 해왔다. 교사로 생활하던 옛 제자 정혜선을 보면 할 말이 없다는 그다.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두게 한 것으로도 모자랐는지 팀이 해체되면 두 번 직장을 그만두게 한 나쁜 스승이 되기 때문이다.

김운학은 주니어 대표팀과 청소년 대표팀의 감독을 지냈다. 국가대표팀의 코치로 올림픽에 출전했던 그가 맡아야 할 중책은 국가대표팀 감독 하나 뿐이다. 핸드볼 코리아리그는 7월에 3팀이 플레이오프를 치른다. 지난 해 2011년 6월까지만 팀을 존속시키기로 시청에서 결정한 관계로 ‘용인시청 유니폼’을 입고 뛸 수가 없다. 김운학 감독은 자비로라도 7월 경기를 치르겠다는 각오다.

용인시청 팀에는 김운학 감독 말고 남자가 한 명 더 있다. 용인실내체육관을 찾으면 영화배우 보다 더 잘생긴 코치 강경택이 그다. 선수들 훈련을 지켜보다가도 손님이 오면 커피까지 타주는 훈남이다. 언론사 전화 받으랴, 병원에 연락하랴, 코치인지 주무인지 하는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용인토박이 김운학 감독의 열정 돋보여

   
 △명장 김운학       △훈남 코치 강경택

다른 팀 선수들은 용인시청에 지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체격이 커서 중거리 슛으로 승부를 반전시키는 것도 아니고 속공에 능한 팀도 아닌데 용인시청에 늘 지는 것이다. 기자가 보기에는 ‘선수 전원의 정신력’이 승리의 원동력이다.

‘진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없는 것이다. 용인시청 경기는 4점 이상 벌어지지 않는다. 어느 한 순간 뒤집을 수 있는 점수 차를 유지하는 것이다. 선수들끼리 뜻을 모았단다.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르는 대회다. 최선을 다하자. 그것이 아름다운 것이다”

기자는 상념에 잠겼다. 이들이 7월 플레이오프를 끝내고 돌아오면 동백 호수공원쯤에서 시민잔치를 열어보면 어떨까. 언론사가 ‘수고 많으셨습니다’라는 펼침막을 설치하고 시민단체가 전을 부치고 시민가수가 노래 부르는 우리들의 한 판 잔치를 신명나게 열어보는 것이다.
‘팀 해체만은 안 된다’ 서명운동이라도 벌여야 할 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