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들은 교육의 출발선을 맞추기 위한 정책을 중시해왔다. 교육기회의 불평등이 사회의 불공정과 갈등, 빈부격차를 초래하는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헤드스타트(Head Start) 프로그램을 도입 만 0~5세 저소득층 가정의 아동들이 공립 유치원(프리스쿨)을 통한 교육·보육 서비스를 받고 있다.
체계적으로 구성된 교육프로그램과 인증된 교육환경, 맞춤형 지원으로 큰 성과를 본 미국의 헤드스타트 프로그램은 세계적으로 벤치마킹되고 있다.
올해 우리정부도 ‘5세 누리과정’을 도입했다. 현재 유치원과 어린이집으로 이원화돼 있는 교육 및 보육과정을 통합해 교육의 질을 높이고 생애 초기 출발점에서의 평등을 보장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만0∼2세 자녀를 둔 부모는 보육비를 전액 지원받는다. 만3~4세 아이들은 내년부터 시행된다. 이마저도 부모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만5세 보육료 지원에 이어 만4세, 3세를 건너뛰고 만0~2세 무상보육부터 시행한 것에 대해 부모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
보건복지부 홈페이지나 육아 포털사이트마다 엄마들의 불만이 가득하다. 부작용도 심하다. 집에서 직접 보육하던 엄마들이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으면 손해 보는 기분이 든다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들의 반발도 거세다. 지자체 의견 수렴 없이 만0∼2세 무상보육을 하는 바람에 예산 확보에 비상이 걸린 것이다. 전문가들은 4월 총선을 앞두고 30~40대 부모들의 표심을 얻으려고 급조한 선거용이라는 지적이다. 이른바 복지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비판이다.
3세 아이를 둔 워킹맘 전선영(풍덕천동·29)씨는 “아이를 낳아 어떻게 기를지를 고민하는 육아정책이어야지, 출산율 상승을 위해 돈으로 보상하려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보육교사들의 인건비가 동결된 데 대한 비판도 높다. 기흥구에서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는 원장은 “무상보육 때문에 교사들의 인건비만 동결됐다”며 “보육교사들의 처우 개선이 우선순위에서 밀리는데 보육의 질이 어떻게 높아지느냐”고 강조했다. 결국 ‘0~5세 영유아에 대한 일률적 양육수당 지급은 행정편의주의’라는 지적이다. 믿고 맡길 수 있는 양질의 시설을 확보하고 기존 어린이집의 환경 개선을 위한 탄력적인 규제가 절실하다.
외벌이 부부면서 소득이 상대적으로 적은 가구에 대해서는 양육수당 지원으로 주머니 사정을 챙겨주고 맞벌이 부부에 대해서는 믿고 맡길 만한 보육시설을 마련해주는 맞춤형 보육 정책이 필요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