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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농(愚農)의 세설(細說)

박근혜 대통령 눈물의 담화문

<우농의 세설>

구분자퇴조왈상인호불문마(廐焚子退朝曰傷人乎不問馬). - 향당편(鄕黨篇) 12장(章)

마구간에 불이 났다. 공자께서 조정(朝廷)에서 물러나와 물으신다. “사람이 상했느냐?” 하시고, 말에 대해서는 묻지 않으셨다는 것이 기존 해석이다.

이 문장은 공자의 토종 왕도정치 철학임에 틀림없지만, 방점의 위치에 따라서 법치의 패도정치로 나뉠 수 있는 화약고다.

술이부작(述而不作)이라 하여 공자께서 찬(纂)한 것을 후학 주자는 집(集)해서 주(註)로 역(譯)을 했다. 지금 세상에 나와 있는 책 주자집주가 그것이다.

우암은 주모(朱謀) “주자‧ 주희께서 이미 다 풀어 놓았거늘 후학이 감히 첨언(添言)한다는 것은 불경을 넘어 사문난적”이라고 말한 이유가 왕도와 패도 때문이다. 이 사문난적의 중심에 그의 30년 지기 백호 윤휴가 있다. 우암은 사계의 문도다. 사계는 어린 시절 율곡을 거쳐 귀봉 <송익필>에게 글을 읽은 뒤 다시 율곡에게서 글을 읽는 재가문도(在家門徒)이다. 그 재가문도의 재가제자가 백호 윤휴와 우암 송시열이다.

백호 윤휴와 우암 송시열이 갈라서게 된 문장이 분마자퇴(廐焚子退)다. 백호는 상인호불(傷人乎不) 에서 방점을 찍는다. 상인호불(傷人乎不) / 문마(問馬)>다. 종래의 해석과 달리 “사람은 다치지 않았니? 라고 말하고, 말(馬)에 대해 물으셨다.”가 백호 윤휴의 해석이다.

이일 후 우암은 그를 사문난적으로 몰아 죽음에 이르게 한다. 백호 윤휴가 죽기 얼마 전, “주자만 옳고 나는 그르단 말이냐. 선비가 의견을 내서 틀리면 안 쓰면 될 일이지 죽게 까지 할 필요가 있는가.” 쉽게 말해서 기의 사실성을 떠난 관념만의 추상화를 부정했던 유기론 자였던 셈이다. 이는 기수지학(氣數之學)의 일가를 이룬 서경덕(徐敬德1489-1546)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서경덕의 기 철학을 인정하지 않는 퇴계는 “성리학이 왕성한 시대에 기(氣)의 실재성을 말한다는 자체는 멸문지화의 위험”이라고 한다.

지금 강호는 박근혜 대통령의 눈물의 담화문을 놓고 시끄럽다. 박근혜 대통령의 통치술이 한비자의 법치를 앞세운 패도정치에서 공자의 왕도정치로 바뀌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그 눈물의 담화문에 대해 선거용 출구 전략이라고도 하고, 심하게는 쇼라고 까지 말한다. 문제는 그의 눈물은 역사적 사실이고, 눈물로 다짐한 말은 책임이다. 이제 박근혜 대통령은 그 눈물로 약속한 책임을 남은 임기 중에 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