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에서도 한국의 입장을 적극 지지해왔다. 반기문 유엔(UN) 사무총장이 출마를 선언했을 때 그는 최초로 서면지지 결의를 발표해 여타 CIS(독립국가연합) 국가 및 이슬람권 국가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쳤다. 또한 북한에 KEDO(한반도 에너지개발기구) 경수로 발전소를 건설할 때 북측이 임금을 500달러 이상으로 인상해달라고 하며 공사 중단 상황에 놓이자 자국 근로자를 월급 150달러에 파견하기도 했다.
카리모프 대통령은 또한 자국내 자원개발·금융업·대형 국책사업 발주 등에서 한국 기업에 많은 혜택을 주고 있다. 그가 한국을 얼마나 중시하는지를 보여주는 일화가 있다. 각료 회의 때 어느 장관이 한국에 너무 ‘쏠림 외교’를 해 경제적으로 한국에 종속될 수 있다는 발언을 한 적이 있다. 이에 카리모프 대통령은 “한국은 역사적으로 남의 나라를 침략한 적이 없으며 20만 명의 고려인이 우즈베키스탄에 살고 있는데 우리에게 나쁜 짓을 할 나라가 아니다”라며 일축했다고 한다.
카리모프 대통령 방한 준비를 위해 한국에 온 가니에프 우즈벡 대외경제부 장관은 “카리모프 대통령이 각료들에게 이번 방한의 의미를 강조하고 기존 양국 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한층 더 격상시킬 것을 주문했다”고 한다.
카리모프 대통령의 이 같은 의지는 박근혜 대통령이 작년 중앙아시아 3개국 방문 후 선언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구상과 맞아 떨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입장에서는 그의 이번 방한을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조기 실현을 위한 좋은 계기로 삼아야 한다.
한국은 현재 끝도 모를 경제침체의 난관에 처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경제의 돌파구를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에서 찾을 수 있다고 본다. 안타깝게도 작년 박근혜 대통령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선언 후 가시적인 추진성과가 없어 답답하다. 정부의 어느 부처에서 추진하고 있으며 구체적인 목표와 로드맵이 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한국이 얼마나 간절하고 진정성 있는 추진력을 갖고 하느냐에 성패가 달려 있다. 중앙아시아 6개국과 몽골은 한국과 같은 우랄·알타이어족에 속하며 서로의 민족적 동질성에 대한 공감대를 가지고 있다. 또한 막대한 자원과 넓은 영토를 보유하고 있으며 한국을 벤치마크해 경제성장을 추구하려는 나라들이다. 이들 국가와 한국을 연결할 수 있는 물류망인 철도는 러시아가 보유하고 있으며 현재 나진까지 러시아 광궤(廣軌)철도가 운행되고 있다.
단언컨대,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한국 주도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에 적극 공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러시아와 중국 등 주변 강대국 역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에 크게 반발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한국은 하루 빨리 관계국들이 참여하는 추진 기구를 만들어 구체적인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결국에는 법제화를 통해 역내의 경제교류에 무관세 혜택과 물류비용을 낮춰 새로운 경제 공동체가 탄생하도록 산파 역할을 해야 한다.
카리모프 대통령의 방한이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의 협력을 이끌어, 이를 발판으로 한국이 중앙아시아를 통해 경제침체의 늪에서 빠져나오는 돌파구를 마련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