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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광탁- 열 개의 별 이야기 (기 己 - 개인의 세상을 수호하는 자)

열 개의 별 이야기 (기 己 - 개인의 세상을 수호하는 자)

기토(己土)는 개인의 시간을 말한다. 한자 자체의 뜻도 자기, 몸, 자아를 말한다. 무토(戊土)가 공유지라면, 기토(己土)는 사유지다. 그래서 기토를 가진 사람들은 자신의 것을 잘 챙기는 살림꾼이 된다.
보통 우리는 이기적인 사람을 싫어한다고 말하지만, 그것은 자연의 대지 같은 무토(戊土)의 말이 아니라 기토(己土)의 언어가 된다. 기토는 남들이 이기적이지 않아야 자신이 더 많이 챙길 수 있을 테니까 남들을 이기적이라고 하는 비난을 즐겨하게 된다.
또한 기토에겐 비밀이 많다. 자신만의 시간과 공간을 가지고 자신의 삶을 누리고 싶은 꿈도 크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자신의 꿈을 지키고 개성을 발휘하고자하는 성질도 강하다. 그래서 그들은 언제나 사회보다는 개개인을 본다. 타인의 마음을 잘 읽을 줄 알며, 자신에게 돌아오는 이해타산이 어떻게 되는지를 쉽게 알아챈다. 그래서 기토는 영리하다. 손해 볼 짓을 잘 하질 못한다. 오로지 자신의 기쁨이나 즐거움이 우선하고 그 다음 세상을 생각한다. 자기 보호본능이 마치 자식을 보호하는 어머니 같아서 스스로 어떤 역경이든 잘 대처해나가고, 타인과의 경계를 분명하게 하고자 하는 성향이 있다.
기토는 나쁘게 보면 한마디로 알짜배기 땅을 가진 수전노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래서 우린 기토를 가진 사람을 부자라고 이야기하고 부러워한다. 하지만 인간의 심리란게 이상해서 내가 수전노가 되어 부자인 것은 괜찮지만, 남이 수전노인 것은 봐줄 수가 없다. 기토에겐 언제나 이런 이중성이 있다. 남과의 비교 평가를 통해 욕심내어 자신의 권리를 챙기려 든다. 자신만의 논리를 가지고 사사건건 잘 따지며 자신의 영역과 땅을 가진 사람처럼 지배적 행동을 보인다. 이익이 되지 않는 사람은 잘 만나려들지도 않고, 자신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다. 기토는 사유재산이다. 자신의 이기적인 마음이 머무는 자리이며 행복의 땅이 된다.
개인의 자유와 권리, 소유와 거래의 원칙을 아는 기토를 과연 우린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어려서부터 교육받은 것은 착하게 이타적으로 살며 희생하는 것이 아름답다고 배워왔지만, 현실의 원리를 아는 기토는 그런 것은 없다고 말한다.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인 유전자」에서 말하는 것처럼 모든 생명은 오로지 자신의 이기적 생존원칙 속에서 살아간다고 한다.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무조건 이기적으로 좋은 것만 취하고 타인을 희생시켜가며 살수는 없다. 자연 속에선 무토와 기토가 함께하며 같이 붙어 있기 때문에 결코 기토만 있는 세상도 없고 무토만 있는 세상도 없다.
세상은 음과 양으로 이루어졌다. 기토같이 살 수 있는 좋은 땅이 있다면, 그 주위엔 반드시 무토 같이 경치만 있는 산과 들이 있게 된다. 사막의 오하시스처럼 쓸모없는 환경은 쓸모 있는 것들을 만들어내고, 기토는 그렇게 세상의 환경인 무토에 의지해서만 나타난다. 하여간 그래도 사람들은 기토가 이기적이라서 나쁘다고 하지만, 스스로 자신을 지키는 마음이 없다면 세상은 어떻게 될까? 항상 남들의 눈치만 보며 좋은 사람인척 한다면, 개인의 취향에 맞는 다양한 세상과 자기성장의 좋은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
내게는 기토가 있다. 그래서 나만의 언어와 나만의 생각을 가지고 이 세상을 살아간다. 타인이 뭐라고 하던 내가 원하는 것부터 하려고 하고 나만이 특별해지려는 이기적 심성이 내 안에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 그것 때문에 오해받기도 하고 힘들기도 하지만 대신 부화뇌동 하지도 않는다. 실질적이고 실리적인 감각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기토가 이기적이라고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 감각 때문에 타인의 마음도 자기와 마찬가지로 잘 읽어줄 수 있는 능력도 갖추고 있다. 그러기에 타인의 권리 또한 침해하려하지 않고 비밀을 지켜주고자 하는 마음도 생기게 된다. 사실 어떤 것이든 올바르게 사용한다면 뭐든 아름답다.
기토는 개인적인 것에 대해서만 관심을 갖지만, 무토의 사회적 환경이 없다면 별 의미도 가지지 못하게 된다는 것을 알아야만 한다. 자기만 좋으면 된다고 말하는 것은 기토의 어리석은 나쁜 성질이 되고, 나와 같이 모든 사람이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기토의 인간중심적인 생각이 된다.
기토는 논과 밭이고 되고 탐나는 땅이지만, 혼자 차지하는 것만으로 다는 아니다. 그것을 열심히 일구어 생산해야 사람들과 함께 하는 풍요롭고 덕이 있는 땅이 된다. 기토가 있다면, 이기심에서 승화하여 정말 함께 나눠줄 수 있는 뭔가를 생산하는 아름다움을 갖기를 노력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