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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

처인구 백암면 근삼리 양준마을(이장 김충식)

우리민족 풍속 잇는 마을

품앗이로 한 가족 되다

 

전통·자연 그리고 정, 고스란히 간직

 

 

청정마을에서 농사를 짓습니다. 대대로 이어온 농사이기에 마을주민들이 모두 합심하면 힘든 일이지만 편하다는 것을 평생 보고 느끼며 터득했습니다. 품앗이를 생활화 했습니다. 우리 마을은 도록 폭이 좁아서 큰 버스가 다닐 수 없습니다. 모처럼 5일장이 열리는 백암시내로 장구경이라도 나가려면 버스가 다니는 큰길까지 걸어 나가야합니다. 외부인 출입이 불편해선가? 때로는 오지라고, 때로는 청정지역이라고 표현들 합니다.”

 

물 맑고 공기 쾌적한, 특히 주민들의 마음이 때 묻지 않고 선한 처인구 백암면 근삼리(이장 김충식)에 위치한 양준마을 사람들, 할아버지가 그렇게 살았고 아버지의 그런 생활을 보고 자랐기에 그 후손인 20여 가구 주민들은 모두 한 가족이다.

 

백암에서 열리는 민속5일장을 구경 하려면 큰길까지 걸어가서 버스를 타야 하지만 원래 그랬으려니 생각하니 누구도 면사무소에 불편함을 호소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아직 외지 사람들 발길이 많지 않으니 덕분에 청정지역이라고 해야 하나? 마을에 때가 덜 묻었다.

 

흙이 주는 베풂으로 살았고 그 흙에서 열매가 맺게 하려면 화합하고 단합해야 한다는 것도 조상에게 배웠다. 마을 일이 내가족의 일이다. 어제는 아랫집 모내는 날, 오늘은 윗집 감자 심는 날, 내일은 옆집 고추 심는 날모두가 한 마음으로 힘을 보탰다.

 

두레는 마을 단위의 공동 노동조직으로 주민들이 경작지를 공동으로 작업하고 나중에 작업 인원과 작업량, 작업 일수와 경작지 크기 등에 따라 품삯을 계산해 주고받는 것이다. 경작지 크기에 따라 품삯을 주고받는다는 것이 양준마을에서 공동으로 일하는 것과 다르니 두레는 아닌가보다.

 

품앗이는 품삯을 주지 않는 11 노동 교환 방식으로 노동력이 부족할 때 이웃에 도움을 요청하고 받은 도움을 일로써 갚는 것이다. 양준마을에서는 도움을 요청하기 전에, 알아서 일이 있는 집으로 모이기에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품앗이가 거의 비슷하다.

 

고병철, 박석배, 안노균, 최병세, 김석환, 김태신, 정병택, 이강수, 유화석 등 아홉 가구는 논과 밭을 합쳐 적게는 100부터 많게는 7만여까지 논·밭농사를 짓는다. 흙이 베푸는 고마움을 느끼며 사는 마을 가족들이다. 일반적인 생각으로는 작은 농사를 짓는 집에서 불만이 있을 것도 같지만 이곳 양준마을에서는 즐겁기만 하다. 오히려 부부가 함께 나선다. 간혹 부인이 직장에 다니는 경우라도 직장이 쉬는 날이나 공휴일에는 함께 어울린다. 옆 마을의 정병택 씨는 조금 거리가 떨어졌지만 이런 분위기에 어울리고 싶은 마음에 양준마을회관에 출석한다.

 

일하다 참이 생각나는 시간이면 마을회관 앞 정자로 모인다. 하루씩 당번을 정해 돌아가며 구입한 막걸리로 각자 가정에서 가져온 흙이 준 선물을 안주삼아 한잔씩 기울이면 다시 힘이 솟는다. 가끔 비가 내리거나 마음이 동하는 날엔 부침개나 삼겹살 파티도 한다. 어느 날 이장이 백암시내에서 순대나 돼지머리고기라도 구입해 안주로 제공하면 금상첨화다. 어깨춤이 절로난다. 난 직장인이라, 난 개인사업자라...라며 농사에 종사하지 않더라도 참 시간에 지나는 마을주민들은 막걸리 한 잔에 모두 한 가족이 된다.

 

오늘은 정병택 씨가 막걸리를 사는 날이다. 마침 김충식 이장이 안주로 순대를 제공하니 배도 든든하고 기분도 좋아 궁금한 점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너도나도 할 말이 많다. 다음 주 월요일 내 얼굴이 신문에 실릴 것을 생각하니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다.

 

대대로 품앗이로 농사지으며 우리 민족의 풍속을 잇는 양준마을의 정겨운 풍경이다.

 

김수종 양준마을 노인 회장은 포도농장과 논·밭농사는 품앗이로 어울릴 수 없어 아쉽지만 가끔씩 참 시간에 함께 어울리며 술을 나눈다고 말했다.

 

김충식 이장은 양준마을에는 20여 가구가 거주하지만 오롯이 농사를 짓는 가구는 그리 많지 않다그 농가들이 농사의 전문화·현대화 추세에 굴하지 않고 품앗이의 맥을 이으며 행복한 삶을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첨부파일

  • SAM_5598.JPG / 참이 생각나는 시간이면 마을회관 앞 정자에 모여 앉아 막걸리를 한잔씩 기울이며 힘을 비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