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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사람 용인愛

푸르른 쉼

권지영 시인


[용인신문] 용인으로 이사한지는 벌써 6년이 되어간다. 그동안 인접 지역에서 살다가 길 건너편으로 이사하여 행정구역이 변경되었다. 그렇기에 새로운 지역으로 간다는 생소한 설렘은 거의 없었지만 용인시의 곳곳을 잘 안다거나 특별히 자주 다니는 곳도 없었다. 전에 살던 건너편 도시와 다른 점이 있다면 자연을 품은 도시라 차로 이동하다 보면 녹지가 많이 보인다. 용인은 경기도의 남부 중앙이면서 면적도 넓은데다 예로부터 수렵과 농경이 동시에 가능한 하천을 낀 산간지역이 발달하였다. 그런 이유로 많은 선사 유물들이 발굴되어지는 탓에 우리 동네도 개발이 몇 해 늦춰지기도 했다.


이번 여름에는 멀리 떠나는 대신 용인자연휴양림으로 향했다. 그곳은 해발 562m의 정광산 남쪽 자락에 자리 잡고 있다. 울창한 숲 속에 숙박시설, 산책로, 어린이 놀이터 등이 있어 가족들이나 모임, 단체에서도 많이 이용한다고 한다. 차로 달리는 내내 8월의 여름 하늘은 누구라도 기운을 돋게 하는 환한 얼굴로 웃고 있는 듯했다.


휴양림에 가까워질 무렵 하늘에서 패러글라이딩 하는 모습이 보였다. 휴양림 뒤에 솟은 정광산 정상에 활공장이 있어서 패러글라이딩의 메카이기도 한 곳이었다. 그래서 휴양림 입구에는 패러글라이딩 전문 업체들이 자리 잡고 있으며, 하늘에서 날고 있는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또한 전문가가 동승하여 체험하는 2인용 비행도 있어 한 번 날아오르는 경험을 언젠가 시도해보고 싶다.


신기한 패러글라이딩의 장면을 뒤로 하고 곧 휴양림에 도착했다. 휴양림의 초입에 위치한 건물이 숙소라 더위가 수그러들 때쯤 나가 근처를 산책했다. 위쪽으로는 목재건물의 숙소들과 계곡이 있고 사람들은 물가에서 돗자리 위에 앉아 먹으며 쉬거나 물속에 의자를 놓고 앉아 있기도 했다. 깨끗하고 맑은 물은 아주 차갑지도 않고 발 담그고 들어가기에 딱 알맞았다. 워낙 물이 맑다보니 다슬기도 단번에 발견했고, 얼마 동안은 물속을 들여다보며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그밖에도 인디언텐트, 몽골식 게르 등 호기심에 들어가고픈 숙소들이 있었다. 곧 저녁 어스름이 몰려들어 아래쪽으로 다시 내려왔다. 습지원과 잔디광장이 맞닿아있었다. 습지원의 물 위를 지나는 다리를 건너 빙 돌아 잔디광장으로 나왔더니 개구리가 폴짝 폴짝 뛰며 놀고 있었다. 넓은 잔디밭을 비추는 가로등과 여름 밤하늘의 밝고 선명한 달빛이 맞물려 환상의 풍경을 연출했다. 푸른 밤, 딱 그 말이 맞았다. 불빛과 달빛이 푸른 밤을 흐릿하게 채색하려 하지만 넓은 잔디밭과 밤에도 푸른 밤하늘은 서로의 개성대로 빛나고 있었다.


가로등 불빛 아래로 유유히 나는 잠자리들만이 푸르름을 관통할 뿐이었다. 그 풍경이 용인에서의 여름 중 가장 인상적이면서도 위안이 되는 장면이 되고 있다.



권지영

2015리토피아등단. 저서붉은 재즈가 퍼지는 시간』『재주 많은 내 친구』『꿈꾸는 독서논술』『누군가 두고 간 슬픔』『방귀차가 달려간다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