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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사람 용인愛

이 또한 지나가리라

이미상(시인)

 

[용인신문] 미국에서 직장을 다니던 둘째 딸이 지난 달 20일 입국했다. 우리 가족은 모두 2주간의 자가 격리에 들어가야 했다. 우리는 공항에서부터 철저히 준비했다. 남편이 홀로 픽업을 했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모든 짐을 베란다로 보내고 소독스프레이를 뿌렸다. 화장실도 분리해야 해서 안방을 녀석에게 내주었다. 공항을 다녀온 남편은 재택근무를 신청했고 집을 떠나 회사 숙소에 홀로 격리 되었다. 필자는 31번 확진자가 나온 2월부터 아예 외출을 안했지만 불편함을 몰랐다. 그러나 가족이 각자 방에 처박혀 지내는 일은 너무 답답하고 피곤했다.

 

오랜만에 만나 자식을 포옹도 못하고 방에 가둔 채 밥을 넣어주는 일은 처음에는 재미있었지만 곧 노동이 되었다. 밥을 차려 문 앞에 놓고, 빈 그릇을 받아 치우다 보니 몸이 쑤셔오고 목이 아파오고 겁이나 매일 체온을 체크했다. 집에 와서 한국음식을 공짜로 먹게 된 녀석은 신나서 수많은 음식들을 요청했다. 게다가 찬물, 뜨거운 물, 커피, 과자 등등 주문사항이 끝이 없었다. 한 사람을 시중드는 일이 얼마나 피곤한 일인지 내가 갇힌 것도 아닌데 집이 감옥이 되었다. 우리는 매일 쓸고 닦고 평소보다 더 깨끗이 식기들은 소독하고 빨래도 한 번 더 헹궜다. 남편도 숙소에서 구석구석을 청소하고 손수 이불 빨래도 하며 인생에서 가장 깨끗한 시절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요즘 각국에 흩어져 있던 교민들이 입국하면서 해외 입국 감염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게다가 얼마 전 모녀가 격리 수칙을 지키지 않고 여행을 다녀서 공분을 사는 일도 벌어졌다. 정부는 이제 4월 1일부터 해외 입국자의 자가 격리를 의무화하고 이를 어길시 처벌과 벌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코로나19가 우리를 습격한 이후 우리의 일상은 전시와도 같은 상태에 있다. 의료진을 비롯해 최전선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이들 앞에서 누구도 피로감을 불평할 수가 없다. 그들은 위하여 우리는 각자 자신을 잘 지키는 일이 애국하는 일이다.

 

기다리지 않아도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도 어김없이 봄은 왔다. 우리 가족의 격리도 해제 되었다. 그러나 안심 할 수는 없다. 백신이 나올 때까지 누구도 이 불안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때까지 사회적 거리두기는 지속 돼야 한다.

식탁에 온 가족이 둘러앉아 밥을 먹는 일. 너무 당연한 것이어서 몰랐던 일상의 소중함을 매일 깨닫고 있다. 여럿이 만나 차를 마시고 영화도 보고 공원을 손잡고 걷는 일을 못하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그러나 이 또한 지나가리라. 어서 빨리 거리에서 마스크를 벗고 서로 활짝 웃는 얼굴들을 마주하고 싶다. 만개한 봄꽃들이 베란다 유리문에 따갑게 부딪친다. 오늘은 마스크를 끼고서라도 집 앞 근린공원에 나가봐야 겠다. 이 봄이 다가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