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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사람 용인愛

용인자연휴양림에서

손영란(소설가)

 

[용인신문] 코로나 19라는 바이러스가 온 세상을 지배한 지 벌써 몇 달째. 꼼꼼하게 마스크를 쓰고 밖으로 나가 아파트 단지를 걸었다. 얼마 걷지도 않았는데 여름날의 더운 열기가 훅 하고 들어온다. 마스크 속에 갇힌 얼굴에선 땀이 흐르기 시작한다. 언제나 끝나려는지 속이 답답하다.

 

언제 가도 울창한 숲과 시냇물이 있는 곳. 처인구 모현읍에 있는 자연휴양림이 생각났다. 짙푸른 녹음 속에 맑은 공기를 마음껏 마시고 온다면 이 답답함이 조금은 가실 것 같았다. 내가 사는 용인에 이렇게 찾아 갈 수 있는 휴양림이 있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숲속에는 야생화가 무리지어 피어있다.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편히 걸을 수 있게 만들어진 산책로 옆에는 내가 좋아하는 탐스러운 수국도 보인다. 두 갈래 길 앞에서 남편과 나는 각자 원하는 쪽으로 나눠 걷기로 했다. 한 바퀴 돌고 나서 시냇물 흐르는 개울가 앞에서 만나기로 하고.

 

평일이라 사람들이 많지 않은 것도 좋다. 지난 번 주말에 왔을 때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들어가지도 못했는데 오늘은 너무나 호젓하다.

 

천천히 걸으면서 간간히 보이는 사람들이 멀어져 가면 잠시 마스크를 벗고 상쾌한 공기를 폐부 깊숙이 흡입했다. 울창한 숲이 주는 생기를 온몸으로 맞으며 걷다보니 동화책에 나올 것 같은 집도 보이고 어린 시절 동네 뒷산에서 자주 보던 뱀딸기도 이파리 뒤에 숨어 피어있다.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 학교를 마치면 해가 지도록 친구들과 뛰어놀던 그곳에는 유독 뱀딸기가 많았다. 먹을 것이 마땅치 않던 그때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발견하는 즉시 따 먹곤 했던 생각이 나고 그 시절 함께 놀던 친구들도 문득 생각이 났다. 그 친구들은 어딘가에서 잘 살고 있겠지.

 

산책을 마치고 내려오니 개울가 앞에 남편의 모습이 보인다. 시냇물이 흐르는 풍경을 좋아하는 남편은 연신 사진을 찍고 있다. 나를 발견한 남편이 카메라를 내 쪽으로 향한다. 마스크를 낀 채 눈만 빼꼼한 얼굴로 나는 이리저리 포즈를 잡았다. 훗날 코로나 19가 종식되면 오늘의 이 사진도 추억이 되겠지. 모처럼 흠뻑 마신 휴양림의 맑은 공기가 마스크를 끼고 살아야 하는 힘겨운 나날에 한동안 위안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