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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사람 용인愛

하늘 눈물은 이제 그만,

이미숙(수필가)

 

[용인신문] 못다 한 설움을 토해내듯 줄기차게 비가 내린다. 속이 타서 까맣게 변해버린 농부들의 마음을 알고나 있는지 긴 장마는 그칠 줄 모른다. 우리 동네는 저수지가 세 개나 있다. 동네를 둘러 쌓고 있어 많은 비가 내리면 주민들 모두가 불안해한다. 30년 전 겪었던 그때 일들이 생각나서 그럴 것이다. 원주민이 많아 지금도 그때 일을 비 오는 날이면 자주 하곤 한다.

 

오랜 염원이었던 새집을 짓고, 살림살이가 들어가던 날이었다. 들뜬 마음으로 가구며 부엌살림을 정리하고 있는데 하늘이 어두워지더니 양동이로 퍼붓는 것처럼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한 시간 정도 내리는 비는 순식간에 농경지를 휩쓸어서 갔고 낮은 지역 주민들은 집들이 물에 잠겨 간신히 몸만 빠져나왔다. 물바다가 되어버린 동네는 사람들의 울부짖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인명피해도 컸다. 한집에 두 아이가 흙 속에 묻혀 생명을 잃고 서해에서 시신을 건져 오기도 했다. 그때 초등학교 5학년이던 아들 친구도 목숨을 잃는 일이 있었다. 무너진 토사 더미를 헤치고 미친 듯이 달려가 자식을 끌어안고 오열하던 그 아이의 엄마가 생각난다. 자식을 묻어두고 쓸쓸히 떠나던 그녀의 뒷모습이 아직도 아프다.

 

그런 황당한 일이 일어날 줄은 아무도 생각 못 했을 것이다. 그때만 해도 용인은 비 피해 없는 고장으로 알았고, 그런 일들이 한 번도 일어난 적이 없다 해서 ‘산 좋고 물 좋은 살기 좋은 고장’이란 자부심은 용인사람들의 자랑거리였다. 어디를 가든 개울가에 맑은 물이 흐르고 빨래하고 고기 잡고 아이들이 수영하던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던 곳이 용인이었다.

 

내가 사는 이곳은 화훼단지와 농작물을 생업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생각해 보면 많은 사람들이 먹고살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집도 짓고 자녀들도 낳고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닐까? 다산 정약용도 사람의 근간은 농사짓는 일이 중요하고, 그것만이 살길이라고 문헌에 기록하고 있다. 삶을 영위해 나가는 기초적인 것이 사람의 입에 들어가는 음식이기 때문이다.

 

새로 생긴 전용도로를 타고 지나다 보면 용인의 속살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언제부턴가 푸른 숲 대신 회색 빌딩으로 가득 메워진 용인 도시가 무섭다. 올해처럼 내년에도 긴 장마가 시작되면 또 걱정거리가 앞선다. 아이들이 만들어 놓은 예쁜 꽃밭과 놀이터 수영장이 망가졌다. 작은 웅덩이의 친구들이 사라졌다. 컴컴한 하늘에서 쏟아지는 눈물은 이젠 그만, 햇살이 그립다.

 

약력: 순수문학 등단

       용인문인협회 지부장 역임

       예총 부회장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