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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사람 용인愛

코로나 격리 후의 일상

조영란(작가)

 

[용인신문] 살랑이는 봄바람에 꽃들이 흩날린다. 가지 끝에 매달려 필사적으로 꽃의 시간을 견디는 모습이 안쓰럽다. 우리네 삶에도 이처럼 비바람이 불어오는 날들이 있다. 코로나를 겪는 지금 이 시기를 비바람이 몰아닥친 시간이라고 표현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예상치도 못한 코로나라는 복병이 찾아와서 우리네 삶을 쥐락펴락하고 있으니 말이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조심해도 잠시 사이에 코로나는 발목을 잡는다. 코로나 확진자가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확진자와 접촉을 할 수도 있다는 경각심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 그날도 나는 평소와 다름없이 생활했고 일상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예기치 않게 일이 꼬이고 말았다. 내가 잠깐 머물렀던 그곳에서 확진자인 줄 모르고 차 한잔을 나눈 것으로 자가격리자가 된 것이다. 물론 그 당사자도 본인의 상태를 몰랐고 그 일이 있은 후 다른 이의 양성 판정 사실을 안 후 본인도 양성 판정을 받은 것이니까 그의 잘못을 탓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상 코로나 격리 통보서를 받고 보니 화살이 그에게 꽂힌다. 몹시 화가 나고 옴짝달싹 하지 못하게 되다 보니 원망하게 된다.

 

아침 저녁으로 체온 및 건강 상태를 체크하여 ‘자가격리자 안전보호’ 앱에 남긴다. 스스로 나를 관찰하는 내내 혹시나 하는 불안감이 생겼다. 격리 기간을 지나는 모든 이들이 이러한 감정을 겪었으리라 생각하니 심리적인 압박감이 무서운 것도 실감한다. ‘잠복기 2주를 무사히 보낼 수 있을까’하는 마음이 앞선다. 격리 기간 내내 외부인 접촉은 물론, 문밖에도 나가지 못하는 현실이 무지 답답하다. 그렇게 쉽게 오가던 마트나 찻집에도 갈 수 없다. 자유를 박탈당한 것 같은 상실감을 체험한다. 오로지 나의 작은 공간 안에서 움직이다 보니 행동 반경이 좁다.

 

마음을 바꾸어 평소에 하지 못했던 것을 하고자 다짐한다. 생각을 달리하니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인다. 격리 기간을 잘 보낼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평소 읽고 싶던 책을 꺼내고 잘 쓰지 않던 글을 쓰면서 나를 뒤돌아본다. 그동안 놓치고 있던 일상의 자잘한 것에 눈길을 준다. 마치 ‘쉼표’처럼 놓여진 기간에 숨 고르기를 해본다. 흩어진 것들을 하나로 모아서 틈이 난 곳을 채워도 본다.

 

어느덧 격리 기간이 해제되어 긴 안도의 숨을 돌린 후 일상으로 돌아오니 그때 느끼는 감정은 그 이전과 다르다. 비록 격리를 하는 것은 좋지 않은 일이지만 격리 해제 후 문을 밀고 나설 때 맨 처음 만난 눈부신 햇살과 바람, 반가운 꽃의 손짓에 눈자위가 적셔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