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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

사물놀이 김용배의 일생 녹여낸 장시집

새책 _ 김윤배 시인 ‘저, 미치도록 환한 사내’


 

[용인신문] 사물놀이 창시자라 할 수 있는 고(故) 김용배의 짧은 일생과 예술혼을 입체적으로 조명한 장시집이 나왔다.

 

김윤배 시인이 천재적 타악기 주자였던 김용배를 장시로 승화해 ‘저, 미치도록 환한 사내’를 휴먼앤북스에서 출간했다. 김 시인의 장시집은 ‘사당 바우덕이’와 ‘시베리아의 침묵’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김 시인은 김용배(1952~1986)를 잘 아는 후배인 남기수의 증언과 책 ‘김용배의 삶과 예술’을 토대로 예인 김용배의 예술에 대한 갈증과 고뇌를 조명했다.

 

1978년 사물놀이가 탄생할 때 주도한 예인이 바로 김용배, 이광수, 김득수, 최종실 4인이다. 초창기에 김용배는 상쇠 역할을 하며 음악적으로 이들을 리드했다. 그는 이후 국립국악원에서 단원 생활을 하다가 1986년, 35세 때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하면서 대중의 기억에서 잊혀졌다.

 

김윤배 시인은 이번 시집을 내면서 “서른넷의 고적한 비의를 읽는다”며 김용배를 시적 예술혼으로 다시 대중 앞에 불러냈다.

 

김 시인은 이번 장시집에서 김용배의 삶과 예술에 숨어있는 의문에 차근차근 접근해가며 김용배의 요절을 입체적으로 형상화시켰다.

 

시인의 상상력이 가미된 이번 시집은 우주를 울리는 쇠가락에 생멸을 묻었던 예인의 예술혼의 깊은 울림을 묵직하게 전한다.

 

홍신선 시인(전 동국대 교수)은 발문에서 “흔히 한 인간의 생애를 다룬 경우는 객관 사실에 근거한 서사를 축으로 삼는다. 그러나 김 시인의 장시는 이런 서사시의 틀을 단연 도외시하고 있다”며 “인물과 생애적 사실보다는 등장인물 간의 대화나 일련의 삽화들, 그리고 화자의 주관적, 정서적 진술이 보다 전경화 되고 있다”고 했다.  장시 ‘벽속으로 흐르는 밤안개’ 에서 제자와 나누는 대화 부분은 김용배의 신들린 울림에 대한 열망이 어떠했는가를 보여준다.

 

“스승을 풍화에 들게 한 것은 소리에 대한 끝없는 질문이었다// 질문은 흘려치는 쇠가락이었다/ 질문은 박아치는 쇠가락이었다// 질문은 스승의 핏줄 파고들었다/ 질문은 스승의 몸을 숨차게 돌았다/ 질문은 꽹과리 소리였다// ...쇠가락은 물 흐르듯 유장하여/ 천지 만물을 포용하고 우주의 조화를/ 일깨워야 한다고 믿는 스승이었다// 스승은 그 것으로 좌절하고 절망했다//...//갈등도 질시도 아름다웠다/ 가락은 패거리의 자존을 눈뜨게 했다/ 서로 다른 소릿결 밀고 올라가는 것이 자존이었다/ 가락은 부딪혀 보랏빛 멍이 들었었다/ 장고의 리듬이 가파르면/꽹과리의 숨소리 턱에 찼다/ 북소리 지축을 밀면/ 징소리 가슴을 움켜쥐었다/ 그것이 사물이었으며/ 그 각각의 소리가 자존이었으며/ 젊음이었으며/ 울림이었으며/ 신들림이었다”(장시 ‘벽속으로 흐르는 밤안개’ 가운데)

 

김윤배 시인은 시집 ‘겨울 숲에서’ ‘떠돌이의 노래’, 장시집 ‘사당 바우덕이’ ‘시베리아의 침묵’, 산문집 ‘시인들의 풍경’ ‘최울가는 울보가 아니다’, 평론집 ‘김수영 시학’, 동화집 ‘비를 부르는 소년’ ‘두노야 힘내’ 등 문단의 주목을 받는 다수의 작품을 펴냈다.